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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CEO 인사이트] 존 지머 리프트 회장의 무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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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에서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가 잃은 땅을 리프트가 차지하다."

지난 18일 파이낸셜타임스는 1면에 이런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 최고경영자의 부적절한 언행 탓에 후발 주자인 리프트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리프트의 성장을 우버 스캔들로 설명하는 건 부분적으로만 옳은 얘기다. 두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같지만 경영 방식과 지향점이 다르고, 특히 리프트를 설립한 존 지머 회장(33)과 캘러닉의 성격 차이가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캘러닉은 우버를 수익성 높은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려는 욕심이 강한 반면 지머 회장의 궁극적 목표는 차량 무소유 시대를 여는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 재규어랜드로버, 구글 등 가급적 많은 기업과 제휴해 자율주행차 보급을 확대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지난해 발표한 '제3의 운송혁명:향후 10년 이후 리프트 비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런 생각을 밝혔다.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는 시대는 끝난다. DVD와 CD를 소유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동영상과 음악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자동차도 그렇게 이용하는 날이 올 것이다."

지머 회장이 차량 공유 사업을 처음 착안한 때는 코넬대 재학 시절이다. 그러나 바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대학 졸업 후 리먼브러더스에 입사해 부동산 금융 애널리스트로 일하다가 2007년 리먼 파산 3개월 전에 그만뒀다. 동료인 로건 그린과 함께 대학가 카풀을 수익 모델로 한 '짐라이드'를 창업하기 위해서였다. 짐라이드는 인기를 끌었고 외부 투자도 받았다. 2012년 4월 리프트로 회사 이름을 바꾸면서 우버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했다.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머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80%는 자리가 빈 상태에서 운행한다. 그래서 다른 형태의 운송 방식을 떠올렸다. 빈자리를 나눌 수만 있다면 차량 운행과 관련된 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차량 이용을 막아) 환경 오염을 줄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리프트는 비록 늦게 출발했지만 서비스 차별화로 우버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현재 150개가 넘는 도시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1분기 이용 건수가 7000만건을 돌파하며 20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차량 무소유 시대를 열망하는 지머의 신념이 성공의 자양분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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