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7 (금)

[충무로에서] ICT·과학…미래부 장관의 자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정책 등을 총괄 지휘할 수장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로 정보통신기술(ICT) 현장에서 수십 년간 잔뼈가 굵은 유영민 씨가 지명됐다. 유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ICT와 과학계에서 엇갈린다. ICT업계가 긍정적 시선으로 유 후보자를 바라보는 반면 과학기술계에서는 '과학정책을 소홀히 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나온다.

ICT업계에서는 기업과 공공기관을 누볐던 그의 경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현장의 요구들을 잘 파악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유 후보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출발해 LG전자에서 국내 1세대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지냈고 LG CNS 부사장,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 이사장,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 포스코ICT 총괄사장 등 굵직한 자리들을 거쳤다. ICT 경력으로만 보면 '전문가' 소리를 들을 만하다.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해 작년 더불어민주당의 인재 영입 때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정치계로 이끌기도 했다. 유 후보자도 "ICT 기업에서 30여 년을 일하며 수천 명을 데리고 일한 적도 있고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을 통해 공직 경험을 했다"는 말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일단의 그의 경력에서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내용을 찾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한 사립대 교수는 "과학기술과 연구개발(R&D)은 최고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인데 이에 대해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며 "과학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서는 유 후보자의 친분관계 등을 근거로 비이성적인 과학으로 분류되는 분야에 관심을 가져온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낸다. 물론 이에 대해 유 후보자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주 미래부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ICT 분야 등에서 쌓아온 융합적 리더십이 장점'이라는 인물평을 냈다. 과학계의 우려와 반발을 생각하면 유 후보자에게는 정말로 융합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사청문회 때부터 그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ICT 전문가로서 인공지능·빅데이터·가상현실 등으로 대변될 뿐 아직 실체가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현명한 전략도 내놔야 하지만 과학기술정책·R&D 등에 대한 철학과 그림도 보여줘야 한다. ICT·과학기술정책 모두에서 진정한 수장으로 인정받으려면 과학계의 비판·조언에도 귀를 기울이고 그동안 제기돼온 우려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유 후보자는 청문회를 준비하며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런 관심·의지의 진정성을 과학계에 충분히 보여주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김규식 모바일부 차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