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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일자리창출, 환경이 먼저다] <상> 최저임금 인상의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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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인건비 상승, 단가 못 맞춰…영세 수출업체 모조리 문 닫을 판

경영악화로 신규채용 못해
단계적 시행·차등적용 필요
세제·보험료 지원 확대도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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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다시 뛰는 대한민국의 원동력으로 그 핵심은 중소기업이다. 새 정부도 중소기업계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새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노동정책의 세부 내용이 중소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지금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일자리 환경 조성을 위한 과제를 3회에 걸쳐 조명하고 방향을 모색해본다.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수출기업 A사는 최근 해외 바이어에 3개 제품 모델의 개발과 생산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정부가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는 정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르면 현재 수출하는 일부 제품들의 생산단가를 못 맞출 상황이다.

A사는 방위산업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해외에 완제품을 수출 중이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 때문에 수출 계획을 대폭 수정하게 됐다. 이 업체 대표는 "수출 물량이 적은 고가의 모델 외에 대부분의 제품은 단가를 못 맞춰 생산을 중단해야 할 처지"라며 "급하게 추진되는 최저임금 1만원으로의 인상은 조그만 공장을 운영하는 영세 수출업체들에는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로 들린다"고 말했다.

◆中企 살리는 합의ㆍ상생 디테일 필요=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키기로 하면서 일자리 창출, 창업 지원 등 큰 그림은 그려진 상태다. 이제는 최저임금, 정규직화 등 디테일 부분에서 합리적 개선점을 찾아야 할 때다. 최저임금 제도의 합리적 개선, 근로시간 단축 부담 완화 등 소상공인ㆍ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워줘야 고용도 열린다. 섣불리 강요하다간 일자리 뺏는 정책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크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으로의 인상 정책은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6470원인 것을 감안하면 3년간 매년 평균 15.7% 올려야 한다. 문제는 기업의 지불능력, 근로조건, 생산성이 업종별로 다양하게 차이가 나므로 일괄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 적용할 경우 경영이 어려운 업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우 필요시 최저임금을 그룹별로 차등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한 대표는 "최저임금이 자꾸 올라가면 기업 경영이 악화되기 때문에 신규 채용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기존 최저임금 대상자가 아닌 직원의 임금 삭감이 되고 임금 비율이 높은 업종은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우리나라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협소해 법정 최저임금과 기업들이 체감하는 최저임금 수준에 괴리가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다. 중소기업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상여금, 식대 등 각종 수당 등을 포함해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정기상여금 항목 등은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아 실제로는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수령해도 근로기준법상으로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이 책정된 것으로 여겨져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이직 고려 등의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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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직원들이 생산라인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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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환경 맞춰 법 제도 개선ㆍ단계적 시행= 지난해 6월 발표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및 노동소득분배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 상승하면 고용은 주당 44시간 일자리 수 기준으로 약 0.1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상당히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저임금은 이익집단의 협상력이나 정치적 타협으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단계적 인상과 차등적용, 세제 및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최저임금 시급을 2022년까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인상하는 방안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335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에 대해 27.7%가 '세제 및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등 보완책 마련'이라고 답해 가장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어 '업종별ㆍ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25.4%)' '최저임금 결정주기를 2~3년마다로 변경(23.6%)' '정기상여금 등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되는 금품 범위 확대(15.5%)' 등의 순이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거친 단계적 인상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한 금액만큼 세제지원 확대 등 충격 완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추진도 중소기업계에는 큰 부담이다. 경남 창원 소재 B사는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숙련공을 현재 100명보다 30%까지 늘려야 할 판이다.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계약기간 내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거나 생산량이 감소하는 일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 업체 대표는 "기존 2교대 근무 체제를 3교대로 전환해야 하지만 상시 근로자가 부족해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 인력난과 준비기간 등을 감안해 대상을 세분화하고 시행시기를 단계적으로 연장하거나 생산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는 법 제도 개선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노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노사정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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