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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최저임금 1만원까지 험로 '영세업계 반발' 막을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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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위해 3년간 매년 15.7% 인상해야

정부 지원책 아직 검토 수준…경영계 반발 가득

뉴스1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의 최저임금 인상 등 현안 논의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7.6.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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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박정환 기자 =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공약했지만 가파른 인상에 따른 경영계의 반발과 대화 자체를 거부한 노동계의 복귀 역시 늦어지면서 내년 최저임금 협상은 험로가 예고된다.

11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일자리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영세사업주를 위해 보호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가파른 인상으로 줄도산을 우려하는 영세업자를 달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의 영세사업주 지원책으로는 Δ카드수수료율 인하 Δ납품단가와 최저임금 인상 연동 Δ정부의 복지예산으로 지역의 골목상권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 화폐 활성화 Δ자영업자 대상 세제 지원 조치 등이 언급되고 있다.

카드수수료율 인하는 최저 수수료율 0.8%를 적용받는 영세가맹점 기준을 연간매출액 기준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넓히고, 1.3%를 적용받는 중소가맹점 기준도 현행 연간매출액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납품단가와 최저임금 인상 연동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하도급 납품단가를 조절할 때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의도다.

영세업자를 위한 정책마련에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지만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정책을 고려하는 수준이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고 법 개정 사안은 여야 간 논의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자리위원회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지원 방안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하는 초기 단계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정책마련을 위해 경영계 쪽에 목소리를 두루 듣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밝혔다.

경영계는 정부의 '뒷북' 행보에도 불만이다. 올해 6470원인 최저임금 시급이 2020년 1만원이 되기 위해선 매년 15%씩 올려야 한다. 정부의 의지로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은 뒤늦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한 경영계 위원은 "줄도산이 우려되는 영세사업주를 위해서라도 우선 지원대책을 정확히 마련해 안심을 시킨 뒤 최저임금 인상을 해야하는게 순서"라며 "지금 상황은 무조건 1만원 인상 목표를 잡아 놓고 경영계의 팔을 비트는 모양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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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이 날 전원회의는 근로자위원이 불참,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위원장 선출이 불가능하다. 2017.6.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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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따른 부작용 대책도 뚜렷하지 않다. 2015년 8월 기준 11.5%이던 최저임금 미준수율은 1만원 인상 후 더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노동당국의 대책은 '사업장 감독 강화' 외에는 딱히 없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업 지원책은 고용노동부 관할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추경에 따라 향후 근로감독관이 증원되기 때문에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더욱 면밀히 감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의 첫걸음을 위해 경영계와 노동계가 합의할 수 있는 '시간'도 촉박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저임금법상 내년 최저임금은 이달 말까지 결정해야 하지만 노동계가 지난해 최저임금위 불참을 선언한 후 복귀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경영계) 9명, 근로자위원(노동계)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돼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노동계는 올해 4월6일 열린 1차 전원회의와 이달 1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2차 전원회의에 모두 불참했다.

15일 예정된 3차 전원회의에는 노동계 참석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으나 최저임금을 합의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해는 낮은 인상률에 반발한 노동계가 협상장을 뛰쳐나갔지만 이번엔 경영계가 협상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학계 한 인사는 "최저임금 인상은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서라도 올려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올리는 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영세업자들의 줄도산 우려에 따른 대책과, 여러 부작용을 막을 확실한 묘안을 세밀하게 짜내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k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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