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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中企 챙긴다며 최저임금 1만원?… 불만 쏟아낸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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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8일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상의를 연이어 방문해 각각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정부와 재계가 처음으로 만난 것이다. "역대 최고의 중소기업 정책을 펼치겠다"는 덕담으로 시작한 중소기업계와의 첫 만남은 정부와 기업계의 시각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날 오전 10시 국정기획위의 김연명 사회분과위원장과 한정애 분과위원(더불어민주당 의원), 오태규 자문위원 등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중소기업계 대표 9명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한 참석자는 "45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업종별 대표들이 가감 없이 정부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내 국정기획위 측이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전했다.

조선비즈

김연명(왼쪽)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정책 간담회에 나란히 앉았다. 국정기획위 위원들은 중소기업인들과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등 새 정부 노동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눴지만 서로 시각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중앙회



간담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국정기획위 사회분과의 김 위원장은 "이번 정권이 역대 최고의 중소기업 정책을 펼 것이고 앞으로 최대한 중기계의 입장을 들을 테니 각종 현안에 대해 너무 반대만 하지는 말아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며 "주당 근로시간을 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면 국내 중소기업 공장에 약 27만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한데 여기에 대한 대책은 있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순황 금형조합 이사장은 "금형 중기들은 주문이 들어오면 숙련공이 바짝 붙어서 납품 기일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최저임금을 올리면 추가 채용 안 하고 버티면 되지만 근로시간을 급격히 단축하면 납품이 늦어져 수천 곳이 넘는 금형업체가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기 표면처리(도금)조합 이사장은 "도금업체는 주로 주말에 연세 많은 분들을 계약직 직원들로 고용해 장비 세척 등의 단순 업무를 맡기는 형태"라며 "이런 인력을 모두 정규직으로 떠안으면 기업 경영 자체가 힘들어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인상률 55%)은 소상공인의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급격한 인상"이라며 "노사정 합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기본급과 고정수당뿐 아니라 외국처럼 상여금이나 수당, 식비 등도 모두 최저임금에 포함해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국정기획위의 오태규 자문위원이 "중소기업들이 자꾸 어렵다는 말만 할 게 아니라 일자리를 앞으로 어떻게 창출하겠다는 이야기도 좀 해 달라"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처럼 경영자 입장만 말하지 말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달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기획위는 이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로 자리를 옮겨 11시 30분부터는 재계의 대표단체인 대한상의 임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은 간담회 전에 인사 자리에서 "큰 그림으로 보면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며 "왜냐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서로 이야기를 좀 하면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대한상의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 부회장은 "노동 문제와 복지 문제는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자문위원들과의 소통과 토론을 통해 바람직한 방법을 강구하는 쪽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경총 김영배 부회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우려의 발언을 했다가 (정부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는 것을 봤기 때문에 임원들이 상당히 조심스러워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 '너무 이르다'는 박 회장의 발언이 새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해 '너무 서두른다'고 비판한 것이라고 보도하자, 대한상의는 이날 오후 "해당 발언은 우려를 표시한 게 아니라 아직 구체적인 정부 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단체가 의견을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뜻"이라고 해명 자료까지 냈다.

성호철 기자(sunghochul@chosun.com);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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