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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국정·일자리委, 경제단체 첫 만남 '까칠'…최저임금 이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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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소상공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부담"…"소통부족" 쓴소리도

"기업의견 잘 수렴할 것" 다독이기…"무조건 반대하나" 서운함도 토로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김효정 한지훈 기자 = 문재인 정부에서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와 대통령 직속기구인 일자리위원회가 8일 나란히 중소기업계를 비롯한 경제단체를 만났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 '좋은 일자리'를 내건 노동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의지가 깔린 소통 행보다.

다만 단체들은 이날 만남에서 정부의 이러한 정책 구상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영세사업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부담될 수 있다면서 양측의 의견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정부의 '소통 부재'를 꼬집는 쓴소리도 나오는 등 이후 논의에서 진통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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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위원회 사회분과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가 최저임금 인상 방안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우리 경제의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와 내수침체, 대·중소기업 양극화, 저성장 구조 등 산적한 문제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출발하며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 역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은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한 인상"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국정기획위 사회분과 위원들은 이후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았지만, 이 자리에서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해 "큰 그림으로 보면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자리위원회 역시 이날 오전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 대회의실 별관에서 소상공인 단체와 중소기업 단체를 잇따라 만났다.

여기서도 최승재 소상공인단체연합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안을 두고 "소상공인들에게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충분하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저희에게도 준비를 위해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 관련 정책을 혁신적으로 추진하려다 보니 선언적으로 (정책이) 나왔는데, 그 부분은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소통부재'에 대한 아쉬움도 터져 나왔다.

최 회장은 "일자리위원회에 소상공인 업계 인사가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고 말했고, 한무경 여성경제인협회장 역시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다. 일자리위원회에 여성경제인이 빠져 섭섭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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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곳곳에서 이견이 감지되는 가운데 국정기획위와 일자리위원회에서는 "기업들의 고민을 잘 알고 있다", "의견을 잘 수렴하겠다"며 '다독이기'에 나선 모습이다.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은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꼭 이뤄야 한다"면서도 "이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더 어려움을 겪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이 곤경에 처하면 가장 중요한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 지원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국정기획위 박광온 대변인 역시 "경제계의 솔직한 의견을 들었다. 대한상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며 "일방통행이 아니라 활발한 소통을 통해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정기획위 내에서는 경제단체들의 우려를 이해한다면서도 새 정부의 노동정책에 이견을 드러내는 것에 서운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사회분과 오태규 자문위원은 중소기업중앙회와의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중소기업계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니냐"면서 "일방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만 한다.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사회분과의 다른 위원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이 여러 가지 면에서 정책적인 호기인데,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중소기업 불공정 문제를 바로 잡으려고 하고 있다. 중소기업계에는 그런 부분이 중요한 것 아닌가"라며 "전체 그림을 봐야 하는데 최저임금 문제만 계속 얘기하면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고 말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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