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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최저임금인상, 자영업자 뿐 아니라 기업도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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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이슈가 불거지면서 중견기업 A사는 요즈음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다. 신입 근로자 초봉이 월급 250만원(연봉 3000만원)으로 현재 최저임금(시급 6470원, 월급 135만원)의 2배나 돼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 같은데 왜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장이 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는 것일까

중견기업 A사의 고민은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가릴 때 쓰이는 '최저임금 산정기준'이 통상 임금이 아니라 정기상여금, 숙식비 등을 빼고 '기본급과 일부 고정적 수당'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작된다.

A사 신입 사원의 경우 급여 구성을 보면 기본급 132만원에 복리후생비 22만원, 정기상여금 80만원의 형태로 구성돼 있다. 현재는 최저임금 계산대상인 기본급과 일부 수당이 137만원이어서 법을 어기지 않았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이 7000원대로 오를 경우 곧바로 '미준수 사업장'이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기본급을 최저임금 인상률만큼 올려줘야 하는데 가뜩이나 월급을 많이 주는 A사에게는 부담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 가운데 노사협약을 통해 기본급보다 정기 상여금 등 성과 보상급이 많은 형태의 임금 체계를 갖고 있는 곳이 많다"며 "금융, 공공 등 일부 고임금 사업장을 제외할 경우 제조업, 유통 관련 대기업의 상당수가 최저임금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최저임금제 이슈는 아르바이트생, 경비·청소 용역자 등 하위 소득 근로자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만약 최저임금이 대통령 공약대로 1만원까지 오를 경우 기본급과 고정수당을 209만원 이하로 주는 사업장 전체가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장'이 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저임금법 취지는 보호를 필요로 하는 저임금 근로자에게 적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주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금과 같이 좁은 범위로 최저임금을 산정할 경우 법에서 보호할 필요가 없는 고임금 근로자도 임금을 상승시켜야해 기업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재계는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임금 산정범위도 외국과 같이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일본, 영국 등이 선진국은 상여금이나 숙식비 등 실질적으로 '임금'에 해당하는 것들을 모두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통상임금과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법원 판결로 인해 정기상여금 등이 일률적이고 고정적으로 지급되면 통상임금으로 분류된다. 통상임금이 높아지면 육아휴직비, 퇴직금 등이 자동적으로 올라간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는 이같은 통상 임금이 아니라 기본급과 일부 수당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 기업에게 불합리한 부담을 준다는 게 재계측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상당수 주요 선진국은 상여금과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고 있다"면서 "최저임금제가 영세 중소기업의 입장을 반영, 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숙식을 제공한 경우 그 가액을 적절히 평가하여 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률을 매년 두 자릿수로 유지하려고 하면 최저임금 산정범위를 확대하고 소상공인 부담을 경감해주는 등 '보완책'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소상공인의 경우 하루 2000명 꼴로 폐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을 보완하는 대책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올리는 대신 자영업자를 위해 지역 화폐제도 도입, 영세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율 인하 등을 통해 자영업자 부담을 줄이는 대책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자리위원회 역시 6월 중으로 카드 우대 수수료율 적용대상 확대 등 소상공인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최저임금과 연동해 소상공인 부담 경감책을 '핀포인트'로 내놓은 것은 이번이 역대 처음"이라며 "이번 정권 노동개혁 첫번째 신호탄이 바로 최저임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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