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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최저임금 1만원 되면 중소기업 인건비 年 81兆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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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최저(最低)임금이 현재 6470원에서 2020년 1만원으로 인상되면 중소기업들은 2020년부터 매년 81조5000억원씩 인건비 부담액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추산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액' 자료에 따르면 정부 일자리위원회가 제시한 3년간 단계적 인상안을 적용할 경우 인상 첫해인 2018년에는 인건비 증가액이 16조2151억원, 2019년 42조2557억원, 2020년부터는 81조525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의 임금은 현재 월평균 161만9900원에서 2020년 250만3700원으로 오른다.

이번 추정치는 2016년 최저임금위원회 고용통계를 기반으로 내년부터 매년 약 15%씩 올라 2020년 1만원으로 올라간다는 전제하에 계산한 것이다.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했으며 초과 근무는 포함하지 않았다. 4대 보험 등 간접 비용은 포함했다.〈그래픽 참조〉



조선비즈


인건비 증가액이 2020년으로 갈수록 가파르게 뛰는 이유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그 대상이 되는 최저임금 근로자 수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시간당 6470원을 받는 최저임금 근로자는 336만6000명이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올라가면 최저임금 근로자 수가 882만2000명으로 늘어난다. 지금은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시급 7000~9000원대의 근로자들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추가로 최저임금 대상자가 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추정치는 최저임금이 오를 때 상위 임금 근로자들의 임금도 함께 오르는 연쇄 인상 효과는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며 "연쇄 인상 효과를 고려하면 인건비 부담액이 연간 100조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할 경우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폐업하거나 해외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실제로 중소기업들도 최근 2~3년 새 인건비가 싼 베트남이나 중국 등 해외에 공장을 짓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집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들이 작년 한 해 동안 해외에 투자한 금액은 총 60억2300만달러(약 6조8700억원)로 해당 통계를 작성한 1980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 법인 설립도 1594개로 2008년 미국발(發)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많았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대기업들이 해외로 생산 기지를 대거 옮기면서 국내 납품 물량이 계속 줄어드는 데다 인건비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나가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해외 이전이 심화될 경우 국내 제조업의 고용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들은 전체 근로자의 88%(1402만명)를 고용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해외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국내에서는 해외 현지 공장의 고용은 확대하면서도 국내에서는 연구·개발(R&D)과 경영 관리 등 일부 핵심 업무만 남기는 식으로 고용을 줄여나가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노민선 연구위원은 "대부분 중소기업은 연간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중)이 3%에도 못 미친다"면서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려는 정책이 자칫 중소기업의 생존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호철 기자(sunghoch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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