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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최저임금 1만원 … 자영업자 보호책은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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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일자리위 로드맵 발표

근로시간 주 68시간서 52시간으로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제 도입 등

반발 예상되는 정책은 속도조절

정부가 3년 이내에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고, 근로시간은 주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1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구체화한 내용이다.

이용섭 부위원장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놓겠다”며 “이를 통해 성장과 일자리, 분배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브리핑에선 소득 양극화와 격차 해소에 대한 절박함이 묻어났다. 그러면서 기업의 반발을 달래고,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내용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추진 과정에서 논란도 일 전망이다.

대표 공약인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창출’은 속도를 끌어올린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이 부위원장은 “좋은 일자리 창출의 키를 쥐고 있는 건 민간기업”이라고 말했다. 자율규제로 전환하고, 신성장 산업에 대해 (하면 안 되는 행위만 제시하는) 네거티브 체제를 도입하는 것과 같은 기업 친화적 계획을 내놨다. 경영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호승 일자리기획단장은 “중소·창업기업 지원을 위해 금융·세제 지원 확대, 법인대출 연대보증 폐지, 3000억원 규모의 패자부활, 삼세번 재기지원펀드 조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정책에 대해선 속도 조절도 시사했다.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비정규직을 고용하도록 제한하는 규제나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제가 그렇다. 이 부위원장은 “두 제도는 국제적으로 일반화된 것은 아니다”며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기업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책이 소홀한 것도 제법 눈에 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담 경감책이 대표적이다. 일자리위는 카드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 확대, 근로소득 증대세제 지원 강화 등을 내놨다. 면세점 이하 자영업자에겐 효과가 없다.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을 올리기엔 미흡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추진한다면서 그 토대가 되는 임금체계 개편은 쏙 빠졌다. 노동계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다.

재원 마련에 관한 설명도 불충분했다. 이 부위원장은 “재정 개혁과 복지 전달 체계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복지 개혁은 말처럼 쉽지 않다.

지하경제 양성화도 마찬가지다.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은 “상당 기간 예산 지원을 받은 기존 사업은 기득권화돼 예산 줄이기가 매우 어렵다”며 “증세를 말하기 어렵다면 강력한 재정 개혁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100일 계획 주요 내용 「

● 올 하반기 공무원 1만2000명 추가 채용

● 투자·고용 세제 지원제도 재설계

● 신성장산업 네거티브 규제 확대 도입

●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로드맵 수립

● 최저임금 1만원, 2020년 달성

● 법정 근로시간 주 68 → 52시간으로 단축

● 중소·창업기업 금융·세제 지원 확대

● 육아휴직급여 통상임금의 80%로 인상



아래는 브리핑 일문일답.

Q : 비정규직이 많은 대기업에 고용부담금을 매기겠다고 했다. 비정규직의 95%는 중소기업에 몰려있는데 왜 대기업만 대상인가?

A :

“숫자 면에선 그럴 수 있다. 전체 비정규직이 640만 명 정도고, 대기업이 30만 명 조금 넘는 수준이다. 대부분 중소기업의 문제인 것은 맞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당장 해결이 쉽지 않고, 대기업은 쓰지 않아도 될 여력이 있는데 비정규직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기업 먼저 실시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해달라.”

Q :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려면 연 평균 15.7% 올려야 하는데 올해 당장 정부가 이 정도의 인상률을 제안할 건가?

A :

“정확하게는 15.6%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할 텐데 일단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올해 10% 이상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인상률은) 일자리위가 나설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공약을 이행했으면 한다는 우리의 뜻이 이렇다는 걸 강조하는 차원이다.”

Q :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재원 마련에 대해 우려를 피하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증세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나?

A :

“재원 문제 당연히 있다. 일단 공무부문 일자리 81만 개 늘리는 데 필요한 재원이 21조 원이다.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178조 원이 필요하다. 후보들 중에는 가장 적었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가 관건인데 우선 재정 개혁을 추진하겠다. 한국의 1년 예산이 약 400조 원이다.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중복성 예산이 적지 않고, 필요 없는 곳에 쓰이는 것도 많다. 4대강 예산, 해외 자원개발 예산이 대표적이다. 특수 판공비도 절약할 부분이 있다. 10% 정도만 절약해도 40조 원에 달한다. 둘째는 복지 개혁이다. 한국은 복지 수준이 매우 낮다. 절대 규모는 작은데 장기간 적용된 복지정책 중엔 비효율이 있다. 특히 지방에 내려가면 복지 전달체계 상 낭비적 요소 있다. 이걸로도 부족하면 조세 개혁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조세부담률 평균이 25% 정도인데 한국은 참여정부가 끝나던 시기에 19.6%였다. 이게 이명박정부의 대기업 감세 등으로 17%대로 떨어졌다. 박근혜정부에선 자동차세, 근로소득세, 담뱃세 등을 올렸다. 이 때문에 올해 19% 정도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이건 잘못된 거다. 조세제도를 공평하게 고쳐야 하고, 대기업과 고소득자의 부담을 높여가는 방향이 맞다. 진보와 보수 떠나서 지난 대선 때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조세부담률을 높이자는 주장을 했다. 대기업, 고소득자의 실효세율을 높이고, 비과세 감면 줄일 것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도 필요하다. 중산층과 서민의 부담을 늘리진 않겠다.”

Q : 사용사유 제한을 하면 비정규직이 줄어들 텐데 고용부담금을 매기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A :

“좋은 질문이다. 일단 상시·지속 업무나 생명·안전 관련 업무 등은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사용사유 제한이 정착되면 굳이 고용부담금은 필요가 없다. 그래서 고용부담금 제도는 사용사유 제한과 선택적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광범위하게 사용사유를 제한하긴 어렵다. 민간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부분을 조율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 이런 취지로 받아들여 달라.”

Q :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임금채권 소멸시효(3년)에 따라 이전에 지급하지 않는 수당을 기업이 소급해 지급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데?

A :

“대법원에 10건 이상 계류 중인 걸로 안다. 연장근로 수당을 휴일 수당으로 중복 지급해야 하는지가 핵심이다. 주당 근로시간을 교통정리 하더라도 대법원의 판결 시점은 예상하기 어렵다. 행정해석을 폐기해 52시간으로 가면 준비 안 된 중소기업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법원도 입법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는 것 같은데 가장 바람직한 것은 국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경과규정 등을 둬서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법 개정이 됐으면 좋겠다.”

Q : 비정규직 로드맵 만들 때 검토 사항이기도 한데 비정규직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가 문제 아닌가?

A :

“모 경제단체를 통해 민간을 이렇게 압박하느냐 이런 얘기 나왔는데 분명한 건 문 대통령이 이제껏 민간 비정규직에 대해 이야기 한 적 없다. 나도 민간에 대해선 강압적으로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로드맵에 들어갈 건데 어떤 분야에서 어느 정도까지 사용사유를 제한할 것인지,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가는 논의해서 로드맵에 담겠다. 조선·건설업 등에서 불가피하게 일시적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고,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지만 1년 내내 일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업무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획일적으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하겠다. <이호승 단장> 비정규직 범위는 노사정 합의를 통해 마련된 것이다. 변경하더라도 같은 절차를 마련하는 게 맞다. OECD의 규정은 좁고, 노사정이 합의한 건 좀 더 넓고, 노동계가 요구하는 건 훨씬 넓다. 현재까지는 노사정 합의 기준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Q : 최저임금위원회 정상화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노동계가 여전히 회의에 불참하고 있는데.

A :

“최저임금위원회가 빨리 정상화됐으면 좋겠다는 건 우리의 바람이다. 최저임금 1만원은 좋은 일자리 대책의 핵심 중 하나다. 빨리 안건도 상정되고, 법정 기한인 6월 29일 전에 합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일자리위원회가 도울 수는 있지만 직접적 역할은 제한적이다.”

Q :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자율적으로 하겠다고 하면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을 언급했는데 정규직화의 기본 취지와는 방향이 좀 다른 거 아닌가?

A :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에서 가장 좋은 것은 당연히 (사내) 정규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기관마다 업무 특수성이 있다. 문 대통령이 찾았던 인천공항공사는 내부 직원이 1500명 미만인데 외부 비정규직은 1만 명 가량이다. 한꺼번에 할 수 있을지, 어떻게 처우를 맞춰줄 수 있을지, 노조와 협의해서 결정하라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은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내부 정규직화, 무기계약직화, 자회사의 정규직화다.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은 정해주겠지만 세부적으로 구체적인 형태는 기관 내에서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다. 단 사용자 위주로 가는 일 없을 것이다.”

Q : 일자리위원회에 민간위원들이 들어오면서 여러 사회적 합의 추진할 걸로 보이는데 어떤 분야를 중심으로 할 것인가?

A :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시장의 장기적 과제를 협의하고, 타협하는 대타협기구다. 그런데 현재 양 노총 탈퇴한 상태고 위원장도 공석이다. 빨리 정상화됐으면 좋겠다. 일자리와 관련된 건 노사정위와 협의하고, 우리가 정책화하는 이런 관계가 유지되는 게 좋다고 본다. 일자리위 위촉직 15명은 양노총·비정규직 단체 3명, 사용자단체 3명이다. 나머지 9명은 각 분야 대표성이 있는 사람으로 모시고 있다. 일자리위의 주요 기능이 정책 코디네이팅이지만 사회 타협적 기능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고 본다.”

Q : 청년구직수당이 추경에 포함된다고 했는데 성남과 서울이 추진한 형태와 가까운가?

A :

“취업성공패키지 3단계에서 구직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설계된 것이다. 서울시와 성남시 등이 추진한 청년 배당과 유의성이 있지만 최근 서울시도 중앙부처와 협의해 구직활동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이번 추경에 포함된 정년구직수당은 취업성공패키지 3단계와 관련된 것이다.<문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

Q : 근로시간 단축, 국회논의 과정에서 경과규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유예기간은 몇 년 정도가 적정하다고 보나? 6월 임시국회 때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곧바로 행정해석을 폐기하나?

A :

“국회 환노위에서 심도 있게 논의를 한 것으로 안다. 여야 간 입장차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다만 부칙상 경과규정을 두고 이견 있다. 그게 몇 년이 적당하다고 내가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의원님들께서 잘 해주시리라 생각한다. 행정해석은 여의치 않으면 폐기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6월 국회 상황을 보겠다.”

Q :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신규채용 줄이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A :

“비정규직 전환에 대해 '신규채용에 영향이 있을 것,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이냐' 크게 두 가지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신규채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10명이 일을 하고 있는데 현재 6명은 정규직으로 일한다고 치자. 지금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4명을 정규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일이 늘어나거나 퇴직으로 인한 자연감소 등 증가요인 있으면 그대로 신규 채용하면 되는 것이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지적도 그렇다. 국회가 청소 용역 근로자를 정규직화했다. 기존에 용역회사에 주던 이윤 부분을 절감했고, 관리비와 부가가치세도 줄었다. 이렇게 15~20% 비용을 줄여서 이 돈으로 임금을 5% 가량 올려줬다. 사실 사내 비정규직 전환은 비용이 좀 들지만 파견·용역 비정규직 전환은 크게 돈이 안 든다. 석탄공사 등 공공사업을 하다 보니 적자가 많은 기관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또 별도로 감안을 해야 한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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