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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소득 불평등, 최저임금 1만원·비정규직 제한으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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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책검증] 전문가 6명 ‘불평등 완화’ 진단

최저임금 인상에 후보 모두 공감

소비 늘어 내수 활성화에도 도움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도 시급

문·심 약속했지만 재계 반발 예상

원청도 간접고용 책임지는 공약과

특수고용노동 개선책도 높은 점수



한겨레

왼쪽부터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심상정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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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나온 한국노동연구원의 ‘2015년까지 최상위 소득 비중’ 보고서를 보면, 2015년 소득 상위 1% 집단이 국민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2%로 역대 최고치다. 1억2670만원을 넘게 버는 이 집단의 소득 비중은 2000년 9%에서 2005년 11.3%, 2010년 12.7%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소득 쏠림 현상은 프랑스(8.6%), 스웨덴(8.8%)은 물론 일본(10.5%)보다도 심한 상황이다.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방법을 찾는 것은 새 정부의 핵심 과제다. <한겨레>는 대선 정책자문단 2명(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과 노동계 인사 4명(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에게 주요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 가운데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지 물었다. 정책의 중요성과 실현 가능성을 점수로 매겨보니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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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인상 최저임금은 직접적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342만명에 이르는 데다 주요 대선 후보가 모두 공약한 정책이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정의당) 후보는 2020년까지, 홍준표(자유한국당), 안철수(국민의당) 후보는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6470원(7.3% 인상). 해마다 두 자릿수씩 올라야 2020년에 1만원을 넘길 수 있다.

노광표 소장은 “비정규직 노조가 없는 상태에서 저임금 문제를 단시간에 해결할 유일한 해법은 최저임금 인상”이라며 “저소득층은 임금이 올라가는 만큼 소비도 늘어나 내수시장 활성화에도 좋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저임금 1만원을 감당할 수 없는 일부 자영업자를 위해 정부가 4대 사회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을 지원하고 임대료를 규제하는 정책도 함께 펼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남신 소장은 “최저임금 1만원은 직장 내 민주주의의 마중물”이라고 소개했다. “임금이 상향 평준화되면 소득 분배 개선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노조에 참여하는 노동자도 늘어나 사업장 내 차별과 불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이환 교수도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으로 꼽았지만 “결정권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있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노동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등 3자(각 9명씩 27명)로 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 9명은 고용부가 뽑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익위원을 선정할 때 노사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없어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박점규 집행위원은 “이번 정권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더라도 다음 정권에서 5년간 동결할 수 있는 구조”라며 “다단계 고용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소득 불평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입구’ 규제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규모는 644만명으로 노동자 3명 중 1명(32.8%)꼴이다.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53.5%)을 겨우 넘긴다. 비정규직 규모를 획기적으로 축소할 해법으로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 꼽힌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란 상시·지속적 업무와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되, 출산·휴가 등 예외적 경우에만 비정규직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문재인·심상정 후보가 공약했고 유승민 후보는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비정규직 고용 총량제(간접고용 포함)’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나 사용 총량제 모두 입구를 틀어막는 정책으로, 출구를 규제한 현행 ‘기간제 근로자 및 단기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의 기본 틀을 뒤흔드는 것이다. 민주당 집권기인 2007년에 제정된 현행 기간제법은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해 비정규직 남용을 막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박점규 집행위원은 “비정규직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 한국 사회의 암 덩어리가 됐다”며 “사용사유 제한이라는 특단의 조처가 없으면 정규직이 소수, 비정규직이 다수가 되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다단계 고용구조가 뿌리내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문주 본부장은 “기간제법 도입 10년 만에 비정규직은 차별의 대명사가 됐고 사용 기간을 제한하는 출구 규제로는 안 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세월호 참사와 구의역 사고를 겪으면서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노광표 소장은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중요한 정책이라는데 동의하지만 “국회 입법 가능성이 대단히 낮다”고 평가했다. 기간제법 개정이 필수적인데 자유한국당(94석)과 국민의당(40석)이 공약으로 내놓지 않았고 경영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남신 소장도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 등 복잡한 쟁점이 많아 국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이들은 유승민 후보가 내놓은 비정규직 사용 총량제를 “사회적 타협 가능성이 존재하는 차선책”(노광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의 대중용 버전”(이남신)으로 비교적 높게 평가했다.

고용 불안·저임금 원청이 책임져야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에 대해 원청기업이 ‘공동 사용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공약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문재인·유승민·심상정 후보가 내놓은 이 정책에 대해 오민규 실장은 “원청의 책임을 묻지 않고는 하청 노동자의 고용 불안과 저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재벌 대기업을 정점으로 수직 계열화된 산업·고용구조를 뜯어고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진단했다. 박점규 집행위원도 “가맹점 아르바이트생 몇 명이 모여 노조를 만들고 프랜차이즈 본사에 임금 협상을 요구하고 다른 알바생도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수고용노동자를 “가장 나쁜 비정규직 고용 형태”(이남신)로 규정하며 “시급히 해결할 과제”(노광표)라고 입을 모았다. 특수고용노동자는 노무를 제공한 대가로 돈을 받지만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특수고용노동자를 229만명으로 추산했는데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보험설계사, 배달대행업체 배달원, 인터넷 설치기사, 택배기사 등 그 직종이 더 다양해지는 추세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업재해보험과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고, 심상정 후보는 노동자로 인정하는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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