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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文 `단일화 역공` 安 `미세먼지 이슈화` 洪 `세탁기 발언`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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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D-10 / 대선후보 TV토론 최고·최악은 ◆

매일경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정의당, 유승민 바른정당, 안철수 국민의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왼쪽부터)가 28일 서울 상암동 MBC스튜디오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경제 분야 TV합동토론회에 앞서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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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가 11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상 첫 대통령 보궐선거가 치러지면서 선거운동도 압축적으로 진행됐다. 후보들의 거리유세 횟수는 줄어든 반면 TV토론은 역대 최다 횟수에다 일부 토론은 시청률이 30%를 넘나들 정도로 관심이 컸다. 후보들도 매회 토론 전략을 긴급 수정하고, 공격 대상을 변경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 각 캠프 내부와 정치권에서 꼽은 최고의 장면, 최악의 장면을 살펴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대세론' 변수 잘 막았지만 '정책본부장 발언'은 글쎄


지금까지 네 차례 진행된 TV토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대세론'의 변수가 될 만한 요인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민주당 국민주권선대위 방송콘텐츠본부장을 맡은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문 후보가 지난 TV토론에서 가장 잘한 장면으로 상대 후보들에게 단일화에 대한 부담감을 준 것을 꼽았다. 신 의원은 "단일화 문제를 다른 네 후보에게 물어본 것이 가장 잘했던 순간"이라며 "물어본다고 해도 단일화가 차단되지는 않겠지만 상대 후보들에게 큰 부담을 줬다"고 분석했다. 남은 토론회에서는 문 후보에 대한 상대 후보들의 사상 검증과 '반칙'을 철저하게 대비할 전망이다. 신 의원은 "지난번 토론회 때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640만달러' 질문을 손석희 앵커가 저지하니 '이건 중요한 사법정책'이라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질문하지 않았느냐. 이런 반칙과 성매매 문제 등 사상 검증식의 질문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서는 '동성애 논란'보다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의 일자리 문제 토론 과정에서 문 후보가 "더 자세한 내용은 정책본부장과 토론하시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밝힌 점을 꼽았다. 신 의원은 "굳이 그렇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며 "그것보다 '이미 여러 번 말씀드려 국민 여러분께는 죄송하지만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맞았다. 적절한 발언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다만 선대위 내부에서도 홍 후보가 제기한 '동성애 질문'은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한 유정아 전 아나운서는 27일 인터넷 방송을 통해 진행된 '문재인 나이트 라이브'에서 "주적, 국가보안법 같은 경우 예상 질문안에 없었던 게 나와서 가슴이 내려앉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MB아바타·갑철수' 질문 되레 프레임 더 강화시킨 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TV토론 최고의 순간으로는 지난 25일 4차 토론회에서 미세먼지를 외교안보 이슈로 끌어들이고 다른 후보들의 동의를 이끌어낸 장면을 꼽을 수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외교정책이 안보와 경제라는 큰 두 축으로 정상회담이 이뤄졌다면 환경 이슈도 세 번째 큰 축으로 놓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하며 다른 후보들의 동의를 이끌어 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 토론에서 다섯 명의 후보가 유일하게 합의를 이룬 것이 바로 차기 대통령이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어젠더로 제기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이 합의를 이끈 주역이 안철수 후보였다"고 자평했다.

1~3차 토론회에서 혹평을 받은 안 후보는 4차 토론회에서는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4차 토론에서 안철수 후보는 "TV토론에 대해 국민의 실망이 크다. 과거 얘기만 하다가 끝났기 때문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오늘 토론회부터 미래 이야기를 하도록 저부터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정책 토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후보의 최악의 순간은 단연 3차 토론회의 'MB 아바타' '갑철수' 질문이 꼽힌다. 본인이 이 프레임의 희생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으로 오히려 프레임을 더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MB 아바타라는 말은 2012년 대선 때 처음 등장했다. 일각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이명박 측에서 정치적 후계자로 밀어주는 사람이 안철수"라는 말이 흘러나온 것이다. 이 용어는 올해 대선에선 그다지 많이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안 후보가 공개 석상에서 꺼내 들면서 주요 포털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게 됐다. 갑철수라는 말은 천안함 유가족 사건, 비서관 사건 등으로 인한 '갑질 논란'에서 나온 말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설거지·돼지흥분제 사건 '공개무시' 당하고 사과까지…


매일경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빗댄 '홍트럼프'를 자청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4차례의 TV토론에서도 '세탁기', '설거지', '돼지발정제' 등 토론회마다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키워드를 양산해내며 화제를 몰고다녔다. 특히 솔직하고 직설적인 그의 화법은 지지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토론회 바람잡이'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토론회 어록을 쏟아낸 홍 후보의 '최고의 순간'으론 1차 토론회의 '세탁기 발언'이 손꼽힌다. 평소 부정부패를 막고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세탁기에 넣고 돌리겠다는 '세탁기론'를 펼쳐온 홍 후보는 토론회서도 이런 주장을 반복했다. 그런 가운데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형사피고인인) 홍 후보도 세탁기에 돌려야 한다"고 공격하자 홍 후보가 "저는 이미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고 다시 들어갈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고장난 세탁기가 아니냐"고 가세하자 홍 후보가 "우리 집 세탁기는 삼성세탁기"라며 토론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세탁기 발언이 인기를 끌자 한국당은 당사에 '홍준표 세탁기'를 비치하고 관련 토론회 영상을 유세전에 동원하는 등 '세탁기 발언'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막말논란으로 구설에 자주 오르내린 홍 후보는 결국 토론회서도 자신의 덫에 걸린 신세가 됐다. 한 방송과의 인터뷰서 "설거지는 하늘이 정해준 여성의 몫"이라고 했던 홍 후보는 2차 토론회서 타 후보들로부터 거센 비판 끝에 결국 "죄송하다"며 꼬리를 내렸다. 이어 3차 토론회선 자신의 자서전에 기술했던 '돼지발정제 사건'으로 인해 안철수 후보, 유 후보, 심 후보로부터 질문조차 받지 못하는 '공개 무시'를 당하기도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洪에 무상급식 '팩트폭격'…沈의 '굳세어라 유승민' 찜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최고의 순간은 TV토론에 자신만만해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팩트 공세를 퍼부어 말문을 막히게 한 것이다.

당시 상황을 보면 홍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공격 중이었다. 유 후보가 불쑥 끼어들어 "감사를 받으면 무상급식에 찬성하십니까"라고 묻자 홍 후보가 "지금 현재 있는 상황은 찬성…"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유 후보가 "옛날에 반대하지 않았느냐"며 공세를 이어가자 홍 후보는 "유승민 후보는 참… 주적이 저기(문재인)라니까"라며 상황을 모면하려는 모양새가 역력했다. TV토론마다 호평을 이끌어낸 유 후보에게도 지우고 싶은 순간은 있다. 바로 심 후보가 "굳세어라 유승민! 힘내세요"라며 위로를 건넨 장면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선명한 '사이다 발언' 인기…3차부터 '文호위무사'는 왠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사이다 발언'으로 토론회를 통해 가장 많은 수혜를 입었다. 4차 토론회에서 "저는 이성애자이지만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며 '동성애 반대' 논란을 일으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확실한 차별점을 보였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유보하면서 자강안보를 주장하느냐"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국방 공약도 비판했다.

최악의 순간으로는 2차 토론회에서 문 후보를 강하게 몰아붙이다 문 후보의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당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자 이후 토론회에서 '문재인 호위무사' 모습을 보인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을 의식한 듯 3차 토론부터는 문 후보에게 날 선 모습은 자제하고 주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칼끝을 겨눴다. 특히 4차 토론에서는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대해서 문 후보를 감싸는 모습도 보였다.

[정석환 기자 / 안병준 기자 / 김태준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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