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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K리그] '짱돌 감독' 만나 단단해진 이정협, 다음 목표는 '황선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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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7경기 연속골… 황선홍-김도훈의 8경기 연속골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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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이파크의 이정협이 조진호 감독 아래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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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불과 3년 전 이맘때만 해도 이정협이라는 축구 선수를 아는 팬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던 무명의 축구선수 이정협에게 2015년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울리 슈틸리케라는 지도자가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하면서 이정협이라는 이름은 수면 위로 솟구쳤다.

상주상무에서 활약하던 2부리거(K리그 챌린지) 이정협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2015년 1월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 대표에 선발됐고 호주와의 조별예선 3차전의 결승골(1-0)과 이라크와의 4강전 선제골(2-0) 등 중요한 순간 득점포를 가동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정협은 신데렐라가 됐고, 슈틸리케 감독은 '갓틸리케'가 됐다.

그렇게 높게 올라갔던 이정협은, 그러나 2016년 크게 추락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 돌입한 뒤 대표팀이 고전하면서 함께 부진했던 이정협은 툭 하면 도마 위로 올라야했다. 제대 후 울산현대에 임대돼 클래식 무대로 올라갔으나 K리그에서도 딱히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질론에 시달렸고, 그런 와중 계속 발탁된 이정협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렇게 아픈 2016년을 보낸 이정협이 2017년 봄 다시 피어나고 있다. 반전의 발판을 마련한 곳은 대표팀이 아닌 소속팀. 친정 부산 아이파크로 돌아온 이정협은 짱돌처럼 다부진 조진호 감독을 만나 몸도 마음도 단련된 모습으로 '기록'을 작성 중이다.

이정협은 지난 22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시티즌과의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선제골을 기록했다. 전반 5분 대전 이영창 골키퍼로부터 파울을 얻어내 PK 찬스를 잡았고 자신이 직접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이로써 이정협은 연속골 퍼레이드를 7경기로 이었다.

이는 지난 2014년 대전 소속의 아드리아노가 작성한 개막 후 6경기 연속 득점을 경신한 것이다. 기록 이면에 아주 흥미로운 비하인드스토리가 숨어 있다.

이정협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적 가능성이 제기됐다. 외국 쪽 오퍼도 있었고 클래식 구단들과의 접촉도 있었다. 스스로도 "제안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챌린지 무대를 떠나지 않은 것은, 힘을 합쳐 반드시 승격해보자는 조진호 감독의 인간적인 만류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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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이정협. 이제 그는 황선홍-김도훈의 8경기 연속에 도전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시즌을 앞두고 만난 이정협은 "감독님이 나를 아드리아노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셨다"면서 웃었다. 조진호 감독은 대전 시절 아드리아노를 발굴, 리그 득점왕으로 이끌었다. 이후 아드리아노는 FC서울로 이적해 K리그 클래식도 평정했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고 연속득점 기록이 실력의 바로미터는 아니지만 어쨌든 아드리아노를 따라잡았다. 결정력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조진호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이 왜 이정협을 좋아하겠는가. 엄청난 활동량을 갖췄다. 제공권도 있는데 스피드도 있다. 이런 유형은 흔치 않다"고 말한 뒤 "물론 보완해야할 것은 있다. 주어진 찬스를 골로 연결할 수 있는 결정력은 갖춰야한다"고 충고했다. 그리고 "이정협 스스로 욕심을 내야한다"고 채찍질했다.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 치른다는 근성의 사나이 조진호 감독의 지도 아래 이정협은 절치부심했다. 그리고 달라졌다. 올 시즌 7경기에 출전한 이정협은 14번의 슈팅을 시도해 7골을 뽑아냈다. 그중 유효슈팅이 10개였다. 찬스를 잡아내는 결정력이 크게 높아졌다. 이래야 '킬러'다.

7경기 연속 골맛을 본 이정협은 이제 더 높은 곳에 도전한다. 오는 29일 FC안양과의 원정경기에서도 득점에 성공한다면 황선홍(1995년·당시 포항 스틸러스)과 김도훈(2003·당시 성남 일화)이 보유하고 있는 K리그 최다 연속경기 득점 타이를 이룬다.

황선홍과 김도훈은 한국 축구사를 대표하는 골잡이다. 비록 챌린지에서 작성하는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다. 당찬 감독 조진호를 만나 단단해진 이정협. 그는 지금 스프링처럼 튀어 오를 수 있는 계절 앞에 서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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