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Cover Story] 공기중 가스 오염물질 화학반응…`2차 미세먼지` 아세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세먼지 연구·대책 현황

매일경제

KIST 환경복지연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스모그 챔버`의 모습. 스모그 챔버를 이용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 [사진 제공 = KIST]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베이징에서 가동 중인 스모그 프리타워는 높이 7m 정도의 탑인데 다른 지역에 비해 (미세먼지를) 60%가량 정화한다"면서 "우리도 시범 설치해 가동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스모그 프리타워는 대기 중 무한히 많은 미세먼지를 저감시키기에는 용량이 턱없이 부족해 실효성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수도권 대학의 한 교수는 "광활한 대기에 있는 미세먼지를 실내에서 사용하는 공기청정 방식으로 줄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과학기술로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방안은 단순히 실내에 있는 공기청정기 방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미세먼지 해결 방안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지금까지는 대기질 관리 시 먼지와 '가스상 오염물질'을 별도로 취급해왔다. 흔히 이야기하는 미세먼지는 대기 중 떠다니는 무수히 작은 입자로 '부유먼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주 작으면 2~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부터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가스상 오염물질은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등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것들이다.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은 자동차나 공장에서 배출하는 가스상 오염물질이다. 미세먼지가 이런 가스상 오염물질과 관련된다고 생각하는 일반인은 많지 않다.

배귀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환경복지연구단 책임연구원은 "대기 중 먼지의 양은 한국이 산업화 과정을 거치고 국민소득이 올라가면서 상당히 줄이는 데 성공했다"며 "이제 고려해야 할 부분은 먼지와 오염물질 간의 상호작용"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같은 오염물질이 공기 중에 배출되면 여러 화학 작용을 거치면서 먼지로 탈바꿈한다. 햇빛이 강하면 오염물질 간 화학반응이 촉진되면서 미세먼지 발생량이 급증한다. 영국 런던이나 미국 LA에서 발생한 스모그 현상 역시 이 같은 화학반응의 결과물이었다. 이를 '2차 미세먼지'라고 부른다. 배 책임연구원은 "오염물질은 습도·온도 등에 따라 미세먼지로 전환되는 비율이 다르다"며 "오염물질이 2차 미세먼지를 얼마나 만드는지에 대한 연구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이런 연구가 과학기술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먼지와 오염물질이 연관이 있는 것은 알려졌지만 중국을 이웃하고 있는 우리나라 환경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반응에 대하여 자세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 연구를 토대로 1차 미세먼지와 가스상 오염물질 배출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 먼지와 오염물질을 따로 규제하는 제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만큼 과학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미세먼지 예보가 '나쁨'을 가리키고 있을 때 그 원인은 중국 등 외부에서 유입된 미세먼지의 영향일 수도 있고, 대기 정체 현상으로 인한 스모그 현상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배귀남 책임연구원은 "지역, 날씨 등에 따라 그날그날 미세먼지의 원인은 다양하다"며 "한 가지 원인 때문에 미세먼지가 많아졌다고 단순하게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어떤 미세먼지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날씨에 따른 미세먼지의 변화 양상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과학자들은 대기 중 미세먼지 대책도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실내에서 하루 85%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만큼 개인별로 미세먼지 노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적극 실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특히 음식을 조리할 때는 레인지 후드를 반드시 켜고 자동차 배출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아침 출근 시간대에는 환기를 자제하는 등의 간단한 실천이 실내 미세먼지 오염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어린이집 역시 주차장 인근에는 짓지 못하게 하는 등의 정책도 필요하다. 실내에 보급할 수 있는 저가의 공기청정기 개발은 물론 현재 판매되고 있는 공기청정기에 대해 실제 생활환경 조건에서 'WHO 오염도 수준별 사용 방법'에 대한 해석 연구도 뒤따라야 한다.

지난해 11월 미래창조과학부, 환경부, 보건복지부가 '과학기술기반 미세먼지 대응 전략'을 발표하고 범부처 단일사업단을 꾸려 올해부터 3년간 496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업단은 이르면 7월께 구성될 전망이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