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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디지털 헬스케어 혁명] 웨어러블 의료기…진짜 전성기는 AI 만난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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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웨어러블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착용하거나 입는 기기인 웨어러블은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기기로 주목받았다. 특히 의료와 헬스케어 분야에서 웨어러블 기기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신체에 착용하거나 삽입할 수도 있으므로 우리 몸의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웨어러블 산업은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촉망받던 초창기 웨어러블 제조사들이 잇달아 폐업하거나, 시장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워치의 시조 격인 페블은 실적 악화 끝에 작년 말 핏빗에 인수됐고, 조본은 올해 초 추가 자금 모집에 성공했으나 기업 가치가 절반으로 하락했다. 웨어러블의 대명사 핏빗도 실적 저조로 현재 주가는 상장 당시 대비 6분의 1로 하락했으며, 최근 애플 워치의 판매량이 줄었다고도 한다.

이처럼 초라한 웨어러블 산업의 현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필자는 웨어러블이 현재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에서 이야기하는 '환멸의 굴곡기'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트너에 따르면 기술은 다섯 단계를 거치면서 발전한다. 기술의 잠재성이 드러나는 '태동기'를 거쳐, 기대감이 커짐에 따라 '거품기'에 도달하고, 이후 기술에 대한 버블이 터지고 기대감이 하락하는 '환멸의 굴곡기'를 거친다. 이를 극복한 기술은 돌파구를 찾고 '재조명기'를 거쳐 '안정기'에 안착한다.

사이클에 따르면 웨어러블은 현재 환상이 깨어지고 현실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는 일종의 '죽음의 계곡'을 지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암흑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웨어러블 산업 안팎으로,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정중동으로 많은 발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웨어러블은 단독으로 가치를 지니기보다는 다른 기술과 생태계를 이루며 가치가 극대화된다. 즉, 웨어러블의 발전을 위해서는 사용 과정과 데이터의 활용에 관여하는 인접 분야의 발전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연관 분야인 인공지능, 음성 인식 비서, 스마트홈, 자율주행차, 제약, 핀테크, 보험 등의 지속적 발전에 의미가 있다.

인공지능이 대표적이다. 웨어러블로 얻게 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질병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결국 인공지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 IBM 왓슨은 최근 연속혈당계로 얻은 환자의 혈당을 실시간 분석하여 저혈당 쇼크를 최대 3시간까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핏빗 등을 통해서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보험료를 인하해주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반대로 웨어러블 회사가 보험을 만드는 파격적인 모델도 생겨났다.

이렇게 웨어러블의 인접 영역에서의 발전뿐만 아니라, 산업 내에서도 웨어러블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웨어러블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임상 연구가 필수적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핏빗을 이용한 의학 연구만 하더라도 현재 170여 개다. 작년 미국 데이나-파버 암연구소는 체중 감량이 유방암 재발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 3200명의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핏빗을 이용한 연구를 시작했다. 여기서 만약 핏빗의 효과가 증명되면, 전 세계 유방암 환자에게 핏빗의 착용이 권장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근거가 확충되면 규제 기관의 인허가를 받는 경우도 생겨난다. 덱스콤의 연속혈당계가 대표적이다.

현재 웨어러블은 분명 암흑기를 거치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웨어러블 산업의 안팎에서는 많은 변화가 축적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웨어러블의 효용성을 재발견하고 환멸의 굴곡기를 지나서, 결국 재조명 단계에 접어들기 위한 돌파구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웨어러블 산업에 필자가 아직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이유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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