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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Bio & Tech] "비만·당뇨 손쉬운 관리…`눔`은 헬스산업의 우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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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4700만 이용자 확보…정세주 눔(Noom) 대표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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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산업의 패러다임이 '관리'에서 '예방'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눔(Noom)'의 모바일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이 미국에서 당뇨 예방 프로그램 공식 인증을 받고, 내년부터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은 이러한 변화의 시작입니다."

전 세계 4700만명의 이용자를 둔 건강관리 솔루션 '눔 코치'로 단숨에 스타 벤처 반열에 오른 스타트업 눔이 또 한번 일을 냈다. 단순히 다이어트, 체중 관리를 넘어 당뇨병 예방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행보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눔 코치'는 지난 13일 디지털 서비스로는 세계 최초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당뇨 예방 프로그램 공식 인증을 받으며 예방의학 분야에서 새 이정표를 세웠다. 4년 연속 구글 플레이(앱 마켓) 건강 분야 매출 1위를 지키며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건강관리 앱으로 꼽히고 있지만 눔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매일경제신문 기자와 만난 눔 창업자 정세주 대표(37·사진)는 회사의 새로운 도약에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정 대표는 "2014년부터 CDC 승인을 받아 미국인들에게 눔의 당뇨 예방 시범 서비스를 제공해 왔지만, 이번 공식 인증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며 "국가 차원에서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해주겠다는 것은 헬스케어 기업에 엄청난 기회"라고 밝혔다.

이번 인증으로 눔의 건강관리 솔루션은 2018년 1월부터 미국 의료보장제도를 담당하는 CMS(Centers for Medicare&Medicaid Services)로부터 보험 수가를 받게 됐다. 정부가 부담해준 덕분에 사용자들은 한 달에 6만8900원이던 유료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 대표는 "미국 정부가 재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당뇨병을 만성질환 수준이 아니라 전염병(epidemic)으로 볼 정도로 심각하게 인식하기 때문"이라며 "매년 당뇨 치료와 관련해 들어가는 미국 건강보험 재정 2450억달러(약 280조원)을 아끼기 위해 '예방'에 사활을 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 CMS 연구에 따르면 당뇨 예방 프로그램을 15개월간 잘 따른 사람들은 평균 약 2650달러(약 300만원)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미국 성인의 3분의 1이 당뇨 직전 고위험군 '전당뇨' 단계라는 것을 감안하면 국가의 재정 건전성 차원에서도 예방이 필수가 됐다는 의미다.

정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의료기기 업체들,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대부분 이 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해 새 먹거리를 찾고 싶어하지만 미국 인증 기준이 까다로워 진입장벽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눔에 투자하거나 협업을 통해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잇단 '러브콜'을 보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경쟁력 있는 자체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을 따지면 눔과 손을 잡는 게 효율적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매일경제

정 대표는 "눔의 건강관리 솔루션을 사들여 자사 브랜드를 내걸고 시장에 출시하려는 글로벌사들의 B2B(기업 간 거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눔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로서 라이선스를 사간 기업에 모바일 플랫폼과 건강관리 코치들, 교육프로그램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뇨는 모든 만성질환의 시작이기 때문에 헬스케어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단계 혹은 잠재적 당뇨 환자를 고객으로 확보해 브랜드 신뢰와 인지도를 쌓아가는 일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미 당뇨 진단·치료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기업 간 기술력 차이가 없어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예방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거에는 예방의학으로 어떻게 돈을 버느냐는 자조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미국뿐 아니라 일본, 싱가포르, 영국도 당뇨 예방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는 등 정부가 비용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삼성벤처투자가 지난 1월 눔에 투자한 것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삼성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향후 출시할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기기에 눔의 건강관리 솔루션을 결합하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공동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정 대표는 "일상에서 늘 휴대하는 스마트폰이야 말로 가장 웨어러블한 기기고, 삼성은 스마트폰의 강자"라며 "웨어러블 하드웨어와 눔이 가진 헬스케어 소프트웨어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CDC 당뇨 예방 프로그램 인증을 받기까지 과정이 결코 녹록지는 않았지만 후발업체들의 추격을 피해 고객들의 '선택'을 받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부터 체중 감량, 운동량 증가 등 실증 데이터를 모으고,당뇨 관리를 할 코치들을 뽑아 교육시키는 등 인증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매년 2월에만 짧게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 기간 당뇨 예방 효과를 입증해야 했다"고 말했다.

눔의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의 84%가 프로그램을 완주하고, 이 중 64%가 체중의 5% 이상을 감량했다는 수치를 제출해 가까스로 당국을 설득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 위주의 서비스로는 혜택 대상의 범위(coverage)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포착해 모바일 서비스로 확장하고, 접근성을 높인 결과 그 순기능을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눔을 헬스케어 산업의 '우버(Uber)', 고객들과 코치들을 연결해 최적의 종합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 회사로 키우겠다는 게 정 대표의 포부다.

정 대표는 "우버 택시 덕분에 운전사들은 짧은 시간에 적은 기름으로 그다음 손님을 맞이하고, 손님들은 원하는 때와 장소에서 택시를 잡을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응용심리학 등을 배운 눔 코치들도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기르고 체중 감량부터 만성질환 예방까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둬갈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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