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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현장에서]대출자 권익보호는 없는 P2P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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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실제로 어니스트펀드에서 대출을 받는 사람들 중에는 고금리 대부업체도 아닌 명동이나 종로 등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빌렸던 사람들도 많습니다. P2P투자 가이드라인이 고리 사채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대출자들에 대한 고려가 안된 점이 아쉽습니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는 이처럼 말했다.

5월29일부터 적용되는 P2P금융 가이드라인의 과도한 규제로 대출자 입장은 고려가 되지 않은 점에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P2P금융 가이드라인은 투자자 한명당 한 업체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1000만원으로 제한된다. 또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에 대해 P2P금융업체들은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투자정보에 대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며 업체들의 자기자본 대출이 금지된다.

이데일리

P2P금융은 새로운 형태의 금융 플랫폼으로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아직 업력이 길지 않아 불안해하는 투자자들도 있으며 P2P투자는 원금보장이 안된다. 또 실제로 투자자를 모집한 후 대출이 실행된 것처럼 위장해 대표가 구속기소된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P2P금융업체들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전반적인 신뢰도 향상을 위해서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부적절한 방법으로 영업하는 P2P금융업체들을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제시된 가이드라인은 투자자 보호측면만 있고 대출자를 위한 조치는 없다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은다.

P2P금융 시스템의 취지는 중위험 중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투자상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1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리지 못해 사채로 내몰리는 대출자들에게 중금리로 자금을 빌려줄 수 있다는 가치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가이드라인 중 자기자본 대출 금지의 경우 대출자들이 필요한 때에 자금을 빌리기 어렵게 한다. 기존에 P2P금융업체들은 빠른 대출실행을 위해 자기자본으로 대출해준 뒤 투자자를 모집해왔다. P2P대출 신청자들 중 사회 약자들이 많으며 이들은 대부분 긴급 자금이 필요할 경우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자자들을 모은 뒤 대출을 집행할 경우 대출실행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대출 신청자들이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음에도 고금리로 갈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제1금융권은 대출신청자의 보유 자산이나 금융 거래내역, 연수익 등으로만 신용을 평가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생길 수 밖에 없다.

현재 보유 자산이나 금융거래 내역이 많지 않지만 상환 의지와 능력이 어느정도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생각보다 많지만 제도권에서는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안된다. P2P금융이 생긴 덕분에 고금리 대출을 받았던 이들이 중금리로 갈아타는 ’빚테크‘도 가능해졌다. 실제로 개인신용대출 상위업체인 렌딧의 경우 대환대출이 43.2%이며 에잇퍼센트는 58.4%다.

P2P금융은 개인신용 대출자뿐 아니라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도 활발하다. 기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긴급 자금을 빌려줘 폐업을 방지하거나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한다. 펀다의 경우 작년 말 서초구청과 함께 강남대로 노점상들의 푸드트럭 전환 자금 마련을 위한 펀딩을 진행했다.

P2P금융은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주는 금융플랫폼이다. 어느 한쪽만을 위한 플랫폼이 아닌 양쪽 모두 혜택이 돌아가고 활발하게 사용할수록 성장할 수 있는 구조다.

투자자 보호와 기존 대부업체들의 P2P금융업체로 전환 등 금융당국의 우려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 뿐 아니라 대출자의 권익 보호 측면에서도 가이드라인을 다시 고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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