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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중국 뜻대로…홍콩 행정장관 ‘친중파’ 캐리 람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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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혁명 불구 ‘체육관 선거’ 1200명 선거인단 과반 지지

시진핑, 7월 취임식에 참석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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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민주주의를 반대한다.” “우리 정부는 우리가 뽑는다.”

26일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열린 완차이 홍콩컨벤션센터 맞은편 광장. 이른 오전부터 범민주파 야권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백명이 모였다. 중국의 선거 개입을 반대하고 직선제를 요구하는 구호가 이어졌다. 2014년 우산혁명 이후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홍콩 시민 손으로 대표를 뽑겠다는 열망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구호를 외치는 것 외에 시위대가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경찰 통제로 선거장소인 컨벤션센터까지 가지도 못했다. 뚫고 지나가려는 시위대와 막아서는 경찰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2014년 우산혁명 이후 처음 치러진 이날 선거는 이전에도 그랬듯 선거인단 약 1200명의 ‘체육관 선거’로 진행됐다. 기업가, 직종단체 임원, 직능별 대표, 지방의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대부분은 친중파로 채워졌고, 이들은 예상대로 캐리 람(林鄭月娥·59)을 지지했다. 22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2.1%로 2위에 그쳤던 람은 이날 선거에서 유효표 1163표 중 과반인 777표를 얻어 당선됐다. 첫 여성 행정장관이다. 여론조사 지지율 52.8%를 기록했던 존 창(曾俊華·66)은 365표를 얻는 데 그쳤다. 홍콩 시민들은 이번에도 줄 서서 투표하는 게 아니라 그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람은 대표적인 친중파 정치인이다. 개발국장에 이어 행정당국의 총리 격인 정무사장을 역임하며 정치 경력을 쌓았다. 2014년 우산혁명 때 시위대를 강제해산시키고 학생 대표들과 공개 토론을 펼치며 강경한 태도를 보여 베이징의 눈도장을 받았다. 현지 언론들은 장더장(張德江)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지난달 중국 선전으로 홍콩 선거인단 주요 인사를 불러 “공산당이 미는 유일한 후보는 람”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해왔다. 홍콩의 범민주파 320여명이 창 지지를 선언한 직후에 중국이 ‘의중’을 분명히 해버린 것이다. 중국이 또다시 선거에 개입한다는 우려와 함께 람을 향한 비판이 이어졌지만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현지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람이 홍콩 최고직위에 올랐지만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교육과 주택, 일자리 문제를 둘러싼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우산혁명 때도 없었던 대규모 폭력 시위로 수십명이 다치기도 했다. 여기에 직선제를 향한 열망이 또 한 번 좌절되면서 그 분노는 중국의 ‘간택’을 받아 행정장관이 된 람에게 쏟아질 수밖에 없다.

람은 홍콩 주권 반환 20주년 기념일인 오는 7월1일 행정장관에 취임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취임 후 처음으로 홍콩을 방문해 이날 람의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불만과 반발이 람의 취임 전후로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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