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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정치지도자 선택을 위한 마키아벨리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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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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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민주공화국을 위한 마키아벨리의 투표 강령
모리치오 비롤리 지음, 김재중 옮김/안티고네·1만1400원


지은이도 인정한다. 서문 첫 줄에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는지에 관해 마키아벨리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터무니없게 들릴지 모른다.”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는 민주공화국을 보지 못했으며,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군주론>은 시민이 아니라 군주한테 조언을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는 대통령 같은 대표자를 뽑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마키아벨리를 “조언자”로 삼았다. “마키아벨리를 정치적 멘토로 삼는다면, 우리는 정치적 행위에 대한 그의 통찰로부터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며, 위대한 정치지도자의 자질에 대해 알게 됨으로써 그러한 지도자를 더 잘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책은 마키아벨리의 조언을 골라 논평을 더하고, 현대의 사례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모두 20개의 조언이 이어지는데, 조기 대선을 앞둔 우리 상황에서도 눈여겨볼 대목이 적지 않다.

첫 번째 “덜 사악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한 조언은 투표 참여의 독려이다. “의식 있는 시민이 투표하지 않고 집에 머문다면 의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부패하거나 능력 없는 후보들을 뽑을 것이다.”

두 번째 “눈이 아니라, 손으로 만져보고 판단하라”는 조언에 대해, 지은이는 정치적 지혜가 충분하지 않은 시민들이 저지르는 전형적인 실수라고 했다. 정치인들에게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추가한다. “충분히 가깝게 다가갈 수 없다면 그들의 양손을 잘 살펴보라. 즉 그들이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여섯 번째 “역사를 통해 배우려고 하는 후보를 선택하라”는 조언은, 어떤 정치인이 동일시하거나 모방하려는 모델을 살펴봄으로써 그의 진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열여덟 번째 “말솜씨는 정치적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이다”는 곰곰이 생각해 볼 대목이다. “마키아벨리는 말솜씨가 사악한 의도를 감춘다는 점을 잘 알았다. 그러나 그는 정치지도자의 말솜씨가 서툰 경우를 더 우려했다. 우리는 사람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영감을 주고 설득하고 자극하는 힘을 단어들에 부여할 지적, 도덕적 깊이를 보유했는지 알아차리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모든 조언에도 불구하고, 결국 선택과 결정은 우리들의 몫이다. 마키아벨리도 <군주론>의 마지막 장에서 “나머지는, 당신이 스스로 해야 한다”고 했다.

안창현 기자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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