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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알바도 사회적 약자도 ‘시민’ 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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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은수미의 희망 마중
은수미 지음/윤출판·1만4000원


‘헬조선 청년들’을 그려보라면 전형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취업도 하기 전에 통장에 무섭게 쌓이는 학자금 대출, 지원하는 회사의 입맛에 맞게 종류별로 내 인생을 각색한 ‘자소설’들, ‘보람 따윈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라는 문구들…. 주말에 알바하느라 촛불 집회도 못 가고 일하는데, 사장님은 야근수당조차 주지 않는다. 당연히 이런 질문이 따라올 법하다. “알바도 시민이 될 수 있나요?”

지난해 2월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안 직권상정에 맞서 10시간이 넘는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운 것으로 유명한 은수미 전 국회의원은 국회를 벗어나 작년부터 전국을 돌며 청년들을 만났다. <은수미의 희망 마중>은 그들의 질문에 응답하며 쓴 책. ‘국회의원 출신 기성세대’로서 저자는 정치와 국가의 책임을 되묻는다.

저자는 사회적 약자의 시민권을 회복하기 위해 직접민주주의와 풀뿌리 정치가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이런 저항이 ‘국민기본선’을 지키는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기본선이란 시민권을 지키기 위한 최저선으로 자유와 정의, 평등과 인권을 자각하는 시민으로 살기 위해 최소한 먹고사는 일을 국가에서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책을 관통하는 ‘민주주의’ ‘희망’ ‘촛불’ 같은 주제들은 자칫 공허해 보일 순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기성세대의 흔한 ‘변명’이나 ‘잘난 체’로 읽히지는 않는다. 20대 이후 지금까지 줄곧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해온 저자의 경험이 책의 곳곳에 녹아 있기 때문일 터다. 동시에 “여러분의 시대는 온다”는 저자의 담담한 호소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분의 시대는 온다. 이것은 당위나 신념을 말하는 게 아니다. 위안도 아니다. 우리의 역사가, 시민의 작은 행동이 기적처럼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낸 기록들이 그렇게 말한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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