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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부패 닭고기’ 수입 안했다지만…소비자들 “찜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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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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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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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도 브라질산 닭고기를 쓰네요.”

브라질 육가공업체 베에히에피(BRF)가 유통기한이 지난 닭고기를 사용이 금지된 화학약품으로 처리해 판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브라질산 닭고기 사용 업체·제품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적발된 가공공장에서 생산한 닭고기는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수입 물량중 86%가 브라질산
연간 국내 소비량의 12.6% 차지
당국, 현물검사 1→15%로 늘려


닭꼬치·가공식품 등에 주로 쓰여
누리꾼들 사용업체·제품 정보 공유
유통·외식업계, 판매중단 등 초비상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 축산물 검사 실적을 보면, 지난해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량은 8만8972t으로 전체 수입 닭고기(10만2563t)의 86%에 이른다. 이는 연간 국내 닭고기 소비량(70만4800t)의 12.6%를 차지한다. 브라질산 닭고기 중 문제가 된 베에히에피 제품은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내에서 수입한 이 회사 제품은 문제가 없는 작업장에서 생산한 것이라 안심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수입 도매업체를 통하거나 직접 브라질 육가공 업체와 계약해 닭고기를 들여온다. 대부분 부위별로 손질한 닭고기로 냉동 상태로 수입한다. 유통업체나 외식·식품업체들은 브라질산 닭고기로 포장 닭꼬치나 통조림 같은 가공식품, 햄버거 패티, 순살 치킨, 편의점 도시락 반찬을 만든다. 집에서 직접 조리하는 생닭이나 뼈 있는 치킨은 대부분 국내산이 쓰인다.

부패 닭고기는 들어오지 않았다는 발표에도 불안감이 증폭되자 유통·외식업체들은 적극 해명하고 판매 중단 등의 조처를 하고 있다. 베에히에피 닭고기를 일부 제품에 써온 것으로 알려진 외식업체 ‘맘스터치’는 이날 자료를 내어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 유통된 안전한 원료육으로 생산된 제품이지만 소비자 우려를 고려해 순살조청치킨, 케이준강정, 강정콤보 등 3개 메뉴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닭고기 검역 내역도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도 “백숙용 생닭 등은 모두 국내산이고, 브라질산 닭고기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닭꼬치나 닭구이 등에 쓰였다. 문제가 된 브랜드 닭은 쓰지 않지만 소비자들 불안으로 닭꼬치 등에도 브라질산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수입 닭고기 검역·관리를 강화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8월로 예정돼 있던 현지조사를 앞당겨 실시하기 위해 브라질 쪽에 방문 계획을 알리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산 닭고기 현물검사도 수입 물량의 1%에서 15%로 늘렸다.

하지만 먹거리 안전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주영민씨는 “이미 가공·유통되고 있는 제품의 안전성은 확실한지 믿기 어렵다. 편의점에서 출출하면 집어먹는 게 닭꼬치였는데, 찜찜함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닭꼬치나 통조림 같은 제품의 성분표에는 ‘닭고기(수입산)’ 식으로 표기해 원산지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세계 최대 육류 수출국 브라질은 이번 파문으로 발칵 뒤집혔다. 브라질은 육류산업이 전체 수출액의 15%를 차지한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브라질에서 4천곳 넘는 육류 생산업체 가운데 폐쇄 조처를 한 업체는 3곳뿐”이라며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려 애썼다. 그러나 22일 현재 유럽연합(EU)을 비롯해 홍콩·일본·중국·멕시코·칠레·자메이카 등 30여개국이 브라질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칠면조와 닭고기의 수입을 전면 혹은 부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도 브라질에서 선적되는 모든 쇠고기와 육가공품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19일, 권력형 부패를 수사하는 브라질 경찰은 수년 동안 부패한 쇠고기와 가금류를 수출해온 업체 21곳의 수출허가를 취소하고 업체 책임자들과 이들에게 뇌물을 받은 관리 등 38명을 체포했다.

이정연 조일준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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