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월드 톡톡] 핀란드, 돈 없어 24시간 종합병원 감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립병원 19곳→12곳 줄여… 무상의료로 불어난 예산 절감

핀란드 의회가 내년부터 서부 해안 도시인 바사에서 24시간 응급 진료가 가능한 국립 종합병원을 운영하지 않기로 한 정부측 개혁안을 지난 13일 통과시켰다. 앞으로 바사에서 밤 늦게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60㎞ 떨어진 다른 도시의 종합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최근 핀란드 정부가 추진중인 응급의료 시스템 축소 개편안의 하나로, 의료 복지 예산의 무분별한 증가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일부 고가(高價) 사립병원을 제외한 일반 병원과 보건소를 통해 무상 의료 서비스를 실시하다 보니 눈덩이처럼 불어난 의료 예산을 줄이기 위해 종합병원 폐쇄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핀란드는 오는 2019년까지 전국 19개 국립종합병원을 12개로 줄이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핀란드 정부는 "여러 병원에 분산된 예산과 인력을 집중시켜 진료 수준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무상 의료 서비스로 급증하는 의료 예산 증가를 막는 게 주된 목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복지 천국'이라는 핀란드의 2016년 보건·복지 예산은 130억8300만유로(16조2531억원)로, 정부 한 해 예산의 24%를 차지한다. 한국(14%)보다 10%포인트나 높다.

핀란드에선 그간 무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과잉 진료, 긴 대기 시간 등의 부작용이 지적돼 왔다. OECD에 따르면, 핀란드 국민 80%가 1차 진료를 받기 위해 2주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인구가 많은 헬싱키에선 한 달 기다려야 의사를 만날 수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번 조치로 종합병원 수가 줄어들면 의료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핀란드 정부는 보건소 진료 시간을 야간과 주말까지 연장하고, 보건소에서도 임산부에 대해 24시간 진료와 출산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헬싱키(핀란드)=정경화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