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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월드 톡톡] 희귀암 14세 영국 소녀, 냉동 인간 소원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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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후라도 치료받고 싶어"

"난 열네 살밖에 안 됐어요. 죽고 싶지 않지만 곧 죽을 거라는 걸 알아요. 수백 년이 걸리더라도 냉동(冷凍) 보존을 통해 다시 치료를 받고 살아날 기회를 얻고 싶습니다."

희귀 암에 걸린 영국 런던의 한 소녀가 영국 고등법원 판사에게 보낸 편지가 17일(현지 시각) 공개됐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법원은 소녀의 소원대로 지난 10월 사망한 그의 시신을 냉동 보존하도록 허가했다. 이후 소녀의 시신은 미국의 인체 냉동 보존 기관에 안치됐다.

'JS'라는 이니셜로만 알려진 이 소녀는 지난해 8월 투병 생활을 하던 중,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인체 냉동 보존에 대해 알게 됐다. 미래의 의료 기술로 소생할 것을 기대하고, 심장이 정지한 직후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에 시신을 넣어 냉동 보존하는 것이다.

소녀는 부모에게 냉동 보존을 요구했고, 어머니는 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혼하고 따로 사는 아버지는 "딸이 몇백 년 후 치료법이 개발돼 살아난다 해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할 것"이라며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소녀와 어머니는 법원에 소송을 냈고, 소녀는 판사에게 살고 싶다는 절절한 심정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병원을 방문해 소녀를 만나기도 했던 피터 잭슨 판사는 "소녀의 강한 의지에 감동받았다"며 "소녀의 어머니가 딸이 가장 원하는 대로 시신을 처리할 권한을 갖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소녀가 죽기 며칠 전 판결을 내렸고, 소녀는 곧 냉동 보존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했다. 냉동 보존 처리 과정에 드는 3만7000파운드(약 5400만원)는 소녀의 외할머니가 부담했다. 잭슨 판사는 소녀의 건강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그동안 판결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인체 냉동 보존술은 1960년대에 처음 시작돼 현재 미국과 러시아 등에 세워진 인체 냉동 보존 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다. 미국의 알코르(Alcor) 재단에 따르면, 이제껏 냉동 보존술을 받은 사람은 전 세계에서 약 300명에 달한다. 그러나 미래에 소생 기술이 나올지 불투명하다는 점, 냉동 보존 시신이 깨어났을 때 벌어질 윤리적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양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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