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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월드 톡톡] 여학생에게 인기 없는 도쿄대, 비상 조치 "女신입생들에겐 반값 월셋집 제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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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일상생활 '희귀종' 취급에 여학생 비율 19%로 평균의 절반

일본 도쿄대가 내년 봄 신입생부터 자취하는 여학생에게 월 3만엔(약 33만원)씩 집세를 보조해주기로 했다. 대학 당국이 도쿄대 고마바(駒場) 캠퍼스 근처에 소형 아파트 등 100채를 마련해 여학생에 한해 최장 2년간 월 3만엔만 받고 빌려주는 형식이라고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수도권 학생 한 달 평균 집세는 6만엔을 조금 넘는다.

이 보조금은 나중에 갚을 의무도 없고 부모의 소득도 안 따진다. 지방 출신 학생을 위한 제도이지만 도쿄에 사는 여학생도 통학 시간이 90분을 넘으면 신청할 수 있다. 기숙사가 아닌 개인 아파트여서 부모가 왔을 때도 묵을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여학생 비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도쿄대는 올해도 QS 대학 평가 등 세계 주요 대학 평가에서 일본 1등을 싹쓸이한 부동의 '톱'이다. 하지만 여학생 비율은 밑에서 세는 게 빠르다. 여대를 제외한 전국 2~4년제 대학 673곳 중 606위이다. 도쿄대 여학생 비율(19%)은 국립대 평균(37%)의 절반 수준이다. 사학 명문 게이오대(37%), 와세다대(37%)는 물론 같은 국립인 교토대(22%), 오사카대(33%)보다 적다.

전문가들은 "공부 잘하는 여학생들이 도쿄대를 기피하고 다른 명문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도쿄대에 다니는 여학생을 '동대여자(東大女子·도다이조시)'라고 하는데, 직장이나 사석에서 '희귀종'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2년 전 경제 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는 도쿄대 출신 젊은 주부 네트워크를 심층 취재한 기사에서 "학창 시절 '동대여자는 셋 중 하나만 결혼하고 둘은 이혼하거나 혼자 산다'는 소리를 들었다" "남성 동료·상사가 부담스러워했다" "주위 엄마들이 '도쿄대 나와서 왜 집에 있느냐' '애도 공부 잘하냐?'고 한다"는 등의 하소연을 소개한 적이 있다.

양성평등 전문가인 히로오카 모리호(岡守穗) 주오대 교수(남성)는 마이니치신문에 "여학생을 적극 받겠다는 의지"라면서 "입시 때 가점하면 평등에 어긋나지만 입학 후 집세를 지원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했다.

[도쿄=김수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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