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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월드 톡톡] 파리 테러 때 90명 사망, 바타클랑 극장 재개장… 스팅 공연에 1500명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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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12일(현지 시각) 오후 9시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Bataclan) 공연장 무대에 선 영국 팝가수 스팅은 공연에 앞서 프랑스어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1월 파리 연쇄 테러 당시 90명이 사망한 이 공연장은 이날 1년여 만에 다시 문을 열고 스팅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스팅은 공연장을 가득 메운 1500여명의 관객을 향해 "오늘 밤 우린 두 가지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며 "1년 전 고귀한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을 기억·추모하고, 이 역사적 장소에서 삶과 음악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당시 90명이 사망한 바타클랑 공연장이 12일(현지 시각) 다시 문을 열고, 영국 록가수 스팅의 추모 공연을 선보였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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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간 묵념을 마친 스팅은 첫 곡으로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히트곡 '프래자일(Fragile·부서지기 쉬운)'을 선택했다. 관객들은 희생자를 연상시키는 가사와 선율이 나올 때 눈물을 흘렸고, 강렬한 비트 곡이 울려 퍼질 땐 환호하고 열광했다. 스팅이 팝그룹 폴리스의 곡 '당신의 모든 숨결마다(Every Breath You Take)'를 부를 때 극장 발코니석에 앉아 있던 한 20대 남성 희생자의 어머니는 조용히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마치 아들이 공연을 지켜보게 하려는 듯 활짝 웃는 아들 모습이 담긴 가족사진을 무대 쪽을 향해 놓고 있었다.

이날 공연에는 일반 관객 1000여명과 생존자·희생자 유가족 수백명이 찾았다. 공연 티켓은 발매 시작 30분 만에 매진됐다. 스팅은 이날 공연 수입을 전액 생존자 자선 재단에 기부했다. 생존자 오렐리앙(25)씨는 "사건 이후 공공장소에 나온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했다.

스팅은 공연 마지막에 통기타를 들고 혼자 무대에 섰다. 지난 2014년 시리아에서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에 살해당한 언론인 제임스 폴리를 추모하기 위해 쓴 곡이라고 했다. "내가 있던 곳, 내 의자를 남겨놓으세요. 어쨌든 나는 그곳에 있을 테니까요"라는 노랫말이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런던=장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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