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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조선 구조조정 '칼자루' 맥킨지…LG·두산 컨설팅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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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컨설팅사, 외환위기 계기 한국시장서 호황...실패 사례도 잇따라 ]

머니투데이

경상남도 진해시에 위치한 STX 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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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구조조정 컨설팅 보고서를 둘러싼 잡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맥킨지가 이달말 완료 예정으로 작성중인 보고서가 완성되기도 전에 업계와 채권단에서 벌써부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외형상 수주 절벽 등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은 조선업계가 '자율적으로' 컨설팅을 맡겼다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구조조정 밑그림을 위탁한 것이나 다름없다. 조선업계에서는 맥킨지 보고서를 토대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에 대한 산업적 고려 없이, 결과적으로 해외 경쟁자들만 배불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외국계 대형 컨설팅 회사들은 1998년 맥킨지가 펴낸 ‘한국재창조 보고서’를 계기로 국내 시장에서 몇 년 전까지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컨설팅을 따랐던 기업들의 실패 사례가 이어지면서 신뢰도에 금이 갔다.

LG전자는 2000년대 중반 맥킨지에 300억원 가량의 자문료를 지급하고 경영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지만, 스마트폰 진출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LG전자는 2007년 남용 부회장이 취임하면서 맥킨지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기술전문기업에서 마케팅전문기업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맥킨지의 마케팅 전문가를 데려오고, 주요 경영진에 외국인을 영입하는 시도도 잇따랐다. 연구개발(R&D) 인력들을 마케팅 분야로 옮기는가 하면 R&D비중은 줄이고 마케팅 비용을 적극 늘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폰 기술 개발 및 시장 진출이 늦어져 지금까지 고전하고 있다.

구본준 LG그룹 신성장사업추진단장(부회장)이 2010년 LG전자 경영을 맡게 된 직후 맥킨지식 경영을 걷어내고 현장과 기술 중심의 자체 경영 방식을 추진한 것은 이 같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맥킨지 컨설팅 결과를 따랐던 두산그룹도 지난해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1996년 2월부터 두산에 컨설팅을 한 맥킨지는 소비재 사업인 OB맥주와 코카콜라 등을 매각하고 매각 자금으로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미국 소형 건설장비회사 밥캣을 인수할 것 등을 조언했다.

두산은 1996년 4조원대였던 매출이 2008년 약 24조원으로 상승하기도 했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중국 건설기계 시장이 침체되면서 위기를 맞는다. 팔려나간 OB맥주는 두산이 위기를 겪던 2010년 전후 수년간 연평균 15%가량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두산 안팎에서는 맥킨지 조언에 따라 소비재 사업 전부를 매각하기 보다는 일부를 남겨뒀으면 위기 시 현금흐름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두산이 20년만에 면세점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 같은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은 2000년대 초·중반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사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맥킨지 출신을 경영진으로 다수 영입했지만, 기대와 달리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에는 과감한 정리를 선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한때 맥킨지 출신 사장만 4명이 포진한 적도 있었다.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맥킨지 출신 임원도 대거 회사를 관뒀다.

재계 관계자는 “컨설팅 회사가 제공한 보고서를 전적으로 믿고 의존하기 보다는 참고자료 정도로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맥킨지는 대우조선해양이 2020년까지 자금부족이 발생해 자력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우조선해양의 강력한 반발로 컨설팅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홍정표 기자 jp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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