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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월드 톡톡] 세계 최대 항공사 "굿바이 나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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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항공, 월말 5개 노선 중단

야간 이착륙 제한 등 악조건에 중국·한국을 새 아시아 허브로

조선일보

/나리타 공항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항공사 델타가 이번 달을 끝으로 일본 수도권 지바현에 있는 나리타 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5개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 뉴욕·LA·미니애폴리스와 나리타를 잇는 미국 직항 노선 3개와 나리타~방콕 노선, 나리타~간사이 국제공항(오사카) 노선이다. 이 중 LA와 미니애폴리스 노선은 나리타 공항보다 도쿄 도심에서 더 가까운 하네다 공항으로 가져가고, 나머지 셋은 완전히 없앤다.

델타는 그 대신 중국·한국 시장에 힘을 쏟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보도했다. 델타는 작년 중국 동방 항공에 4억5000만달러를 출자했고, 중국 남방 항공과 공동 운항을 시작했다. 올 들어서는 대한항공과의 공동 운항도 대폭 강화해, 인천공항을 거쳐 미국과 연결되는 아시아 도시를 기존 22곳에서 32곳으로 늘렸다. 일본 항공업계에서는 "주요 항공사들의 '나리타 이탈' 혹은 '재팬 패싱(Japan Passing·일본 건너뛰기)'이 시작될 조짐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항공사들은 전통적으로 나리타 공항을 아시아의 허브로 삼았지만, 최근에는 각 사가 경쟁적으로 중국 시장에 뛰어들면서 미국과 중국을 잇는 노선이 미·일 노선을 웃돌고 있다. 델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나리타와 미국을 잇는 직항 노선을 줄이고, 나리타와 방콕을 잇는 노선은 사실상 인천공항으로 넘겼다.

반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나리타 공항은 야간(밤 11시~새벽 6시) 이착륙이 제한되고, 활주로 숫자도 적다. 다른 아시아 공항이 형편없을 땐 이런 악조건이 큰 문제가 안 됐지만, 지금은 인천공항 등이 각종 국제 평가에서 나리타를 압도하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은 세계 137개 도시와 연결돼 있지만, 나리타·하네다는 합쳐서 연결되는 도시가 100개 수준이다.

일본은 30년 넘게 고집하던 '나리타는 국제선, 하네다는 국내선'이란 도식을 버리고, 2010년 하네다 공항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뒤 하네다 공항은 살아났지만, 나리타는 위상이 더 떨어졌다. 하네다 공항은 국제선 운항 횟수가 배 이상 늘었지만(2010년 하루 48편→2014년 101편), 나리타 공항은 작년 한 해만 주 63편이 줄었다.



[도쿄=김수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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