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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월드 톡톡] 英 의료복지 붕괴 위기… 수술 대기자만 39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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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이민자 늘어 환자 폭증

영국 런던에 사는 윌리엄(49)씨는 어깨 근육을 다친 지 6개월이 지난 최근에야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절차에 따라 동네 주치의의 진료를 받고 진통제를 복용하다 엑스레이로 어깨 근육이 찢어진 것을 확인하는 데 3개월이 걸렸다. 이후 종합병원 전문의를 만나는 데 또 석 달을 기다려야 했다. 그는 "병원에 전화해도 사람이 많아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복지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이 갈수록 부실해지는 의료 서비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영국 내에서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는 390만명으로 2007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영국 국민의료서비스(NHS) 측은 "의료계는 수술 대기자 300만명을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여겼지만, 이젠 그 목표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탈퇴로 이끈 결정적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이민자가 몰려 의료 서비스가 악화됐다는 주장이 서민들에게 먹힌 것이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의료 서비스 수요는 급증하는데, 예산·인력은 따라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노령화 때문에 노인을 중심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올 2분기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 늘었다.

반면 2010년 이후 정부의 의료 예산은 연평균 0.8% 정도로 늘어나는 데 그쳐 매년 4%씩 증가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 개혁 와중에 의료 예산이 수요 증가에 맞춰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격인 NHS의 적자 폭도 커져 작년 역대 최고인 24억5000만파운드(약 3조65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가디언은 "영국 의료 체계가 붕괴 위기에 몰렸다"며 "브렉시트 이후 국민 의료 문제가 테리사 메이 정부의 최대 도전으로 떠올랐다"고 했다.



[런던=장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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