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월드 톡톡] "아이가 빠트린 준비물 가져온 부모님은 돌아가세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가톨릭고교 현관에 공고문… '헬리콥터 부모'들 출입 막아

조선일보

리틀록 가톨릭 남자 고등학교 현관에 붙은 '헬리콥터 부모' 출입 금지 공고문. "아들이 놓고 온 점심 도시락, 책, 과제물 등을 전해 주러 왔다면, 이 건물을 나가 주세요. 당신 아들은 부모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울 겁니다"라고 적혀 있다. /워싱턴포스트


미국의 한 남자 고등학교가 학생들의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 자녀가 놓고 간 준비물을 가져다주는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들의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헬리콥터 부모란 자녀 주변을 빙빙 맴돌며 사사건건 챙기는 극성 부모를 뜻한다.

WP에 따르면 미국 아칸소주(州) 리틀록 가톨릭 남자 고등학교는 지난 10일 신학기를 앞두고 학교 현관에 "아들이 빠트린 점심 도시락, 교과서, 과제물 등을 가져온 부모라면 몸을 돌려 학교 밖으로 나가세요. 당신의 아들은 부모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울 겁니다"라고 적힌 공고문을 붙였다. 공고문 위에는 '멈춤(STOP)' 표지판을 그려 출입 금지를 강조했다.

학교 측은 이날 공고문 사진을 페이스북에도 올렸다. 이 게시물은 약 12만명이 공유했고, 학교의 조치에 대해 찬반으로 나뉜 댓글 3700여 개가 달렸다. 한 네티즌은 "몇 번 점심을 거르다 보면 학생들은 도시락을 챙겨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게 될 것"이라며 "직장에 가서도 필요한 것들을 빠트린다면 해고당할 수 있는 만큼, 미리 책임감을 기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요즘 부모들은 은쟁반 위에 아이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아 가져다준다"고 쓴 네티즌도 있었다. 반면 "학교 측의 처사는 아동 학대" "배가 고픈 상태에선 제대로 공부할 수 없다"는 등의 반론도 있었다.

이 학교 스티브 스트래슬 교장은 "이 조치는 학생들에게 자립심과 책임감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라며 "도시락을 깜빡한 학생은 친구에게 돈을 빌려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 되고, 준비물은 선생님에게 부탁해 여분을 빌리면 된다"고 말했다.

[양승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