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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결혼 풍경은 전통사회와 신여성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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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KookI

1920년 나혜석과 김우영의 서구식 결혼식. 1920년대는 예식 형식을 비롯해 결혼과 관련한 전통과 근대의 갈등과 충돌이 많았던 시기다. 푸른역사 제공


가족은 힘들 때 위안이 되는 존재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때로 가깝다는 이유로 육체적, 정신적인 폭력으로 다가오는 대상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의 가족에 대한 인식은 이렇게 모순적이다. 가족 생성의 출발점인 결혼도 마찬가지다. 무조건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생기는 삶의 큰 이벤트지만 양육의 부담 등을 고려한다면 효용적인 매력은 사실 크지 않다.

'가족과 결혼으로 본 근대 한국의 풍경'이라는 부제를 단 책은 이 같은 가족과 결혼에 내포된 이중적 특징을 1920~30년대 한국의 모습을 통해 곱씹게 한다. 근대 의식이 싹트고 여성의 자의식이 확립되기 시작하던 격동기였던 이 시기 한국사회에서 가족과 결혼의 의미는 많은 변화를 거쳤다.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경험하며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에 직면해 있는 요즘 세태와 닮은 셈이다.

사회학자인 김경일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가족, 결혼을 둘러싼 1920~30년대의 다양한 풍경을 되짚어 봄으로써 오늘날 결혼과 가족 관계에서 터져 나오는 갈등과 모순의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2004년 신여성의 개념과 자기정체성, 성과 사랑, 일과 직업 등을 다룬 <여성의 근대, 근대의 여성>을 내놓았던 저자는 특히 이 시기의 여성이 결혼과 가족의 생성을 겪는 과정에서 부딪치는 혼란에 주목하고 있다.

책은 삶의 순차적 전개를 염두에 둔 결혼, 가족, 이혼, 대안과 비전 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1920년대를 부모가 결정권을 가졌던 전통적인 결혼 개념이 남녀 간의 사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이상적인 결혼으로 옮아가기 시작한 시기로 봤다. 당시 전통과 근대의 갈등 양상 속에 논쟁의 대상이 되곤 했던 이상적 결혼은 1930년대 불경기로 접어들면서 통속화된다. 직업 활동에 제한을 받게 된 여성들은 결혼에 의존하게 됐고 경제적 능력을 결혼의 조건으로 중시했다.

저자는 또 일제 강점기 토착적 전통과 서구 및 일본 이데올로기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진 근대 가족의 형성 과정을 전하면서 아내와 어머니로서 희생을 강요당한 여성의 역할을 설명한다. 이때 소위 현모양처 개념에 대한 보수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급진주의, 공산주의 등 이념에 따른 차이를 함께 제시한다.

책에 따르면 조혼과 자유이혼, 성과 정조의 문제 등 1920~30년대 논쟁거리가 된 결혼 및 가족 관련 이슈는 주로 교육 수준 높은 신여성과 전통사회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한 오늘날 결혼 풍속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저자가 이전에 발표한 몇몇 논문이 포함된 학술서지만 당대 신문, 잡지 기사와 소설 등 풍부한 문헌 자료를 인용해 흥미를 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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