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된 영상을 로이터 통신이 갈무리한 사진. 이란 테헤란에서 반정부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시위대가 불타는 차량 앞에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h730’을 쳐보세요.)
2주째 이어진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며 이란에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란 정부가 시위에 가담하면 누구든 사형시키겠다며 강경 대응을 선포한 가운데, 이란 보안군(IRGC·혁명수비대)이 시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비비시(BBC)는 10일(현지시각) “머리와 심장에 총을 맞은 젊은이들이 병원으로 실려왔다”는 이란 의료진들의 말을 전했다. 비비시는 9일 이란 북서부의 최대도시인 라슈트의 한 병원에 시신 70구가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더 이상 시신을 보관할 곳이 없어 다른 곳으로 보내야 했다고 한다.
수도 테헤란의 한 병원 직원은 “부상자가 너무 많아 심폐소생술을 할 시간조차 없었다”며 “약 38명이 숨졌는데 대부분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사망했고, 도착 전에 이미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 젊은이들이 머리와 심장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전했다. 개혁 성향의 현지 매체인 이란와이어는 “그들이 옥상이나 테라스에서 총을 쏘고 있다. 보고 도망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평범한 행인들까지 쏘고 있다”는 의사의 증언을 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타즈리쉬 아르그 지역(테헤란의 번화한 거리) 뒤편에 저격수들이 배치되어 있고, 수백구의 주검을 봤다”는 목격자 증언을 전했다. 이란 곳곳의 안과에도 응급 환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보안군이 주로 사용하는 산탄총은 발사 시 수백개의 파편으로 흩어지므로, 사람들이 눈에 부상을 입는 경우가 늘어난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이란 인권단체인 인권활동가통신(HRANA)은 이란 내 경제 위기가 기폭제가 되어 지난달 28일 시작된 시위가 2주 동안 전국 185개 도시로 번졌으며 10일 현재 최소 116명이 숨지고 2600명 넘게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8일부터 인터넷, 휴대 전화, 유선 통신을 차단해 강경 진압을 앞두고 통신을 두절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시위대는 위성통신에 의존해 외신에 소식을 알리고 있으나 접속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주말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거리로 나선 모습, 수도 인근 카라즈의 정부 청사 건물이 불타는 모습 등이 올라왔다. 이란 내 상황이 악화되면서 튀르키예항공과 플라이두바이 등 항공사들은 이란행 항공편을 취소했다.
10일 모하마드 모바헤디아자드 이란 검찰총장은 국영방송에 성명을 발표하고 “시위에 참여하면 누구든 사형 혐의”라고 경고했다. 이란 군은 이스라엘을 비롯한 ‘테러리스트 그룹’이 체제 전복을 꾀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앞서 9일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고, 이후 시위 진압이 한층 강경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이란을 공습하는 데 대한 예비 논의 검토에 착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0일 보도했다. 군 시설 폭격 등의 계획도 검토했다고 한다. 통상적인 계획 수립 차원이며, 당장 공격에 착수할 의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도울 준비가 됐다”며 소셜미디어에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행사에서도 “그들이 과거처럼 사람을 죽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개입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언 유럽연합위원장도 10일 “정당한 시위에 대한 폭력 진압을 규탄한다”며 이란 정부가 유혈 진압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와 벨기에 브뤼셀, 스웨덴 스톡홀름,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프랑크푸르트 등지에서도 이란 시민들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란계 미국인 언론인인 마시 알리네자드는 이란 내부에서 받은 메시지라며 “이런 전역에서 거리로 나와 정권의 무자비한 총탄에 맞서 싸우고 있다. 부디 우리의 목소리를 트럼프 대통령과 세계 각국 정부에 전해달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란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슬람 사원 모스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시위대가 지켜보고 있다. 9일 공개된 소셜미디어 영상에서 로이터 통신이 갈무리한 화면이며 촬영 시점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이란 국영매체는 9일 해당 영상 속 모스크가 불에 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 |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