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홍 기자] 넷플릭스가 할리우드의 상징인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의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사업 부문을 720억 달러(약 106조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100년 역사의 전통 미디어 제국이 기술 기반의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흡수되는 역사적 사건이자 미디어 산업의 권력 축이 실리콘밸리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문제는 차가운 현실이다. 파라마운트 연합의 적대적 M&A 선언과 정치권의 견제 등 제국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고난과 역경의 덫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한국 콘텐츠 시장에 미칠 파장까지 짚어봐야 한다. 과연 팍스 넷플리카는 가능할까?
왜 지금, 왜 워너인가?
문제는 차가운 현실이다. 파라마운트 연합의 적대적 M&A 선언과 정치권의 견제 등 제국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고난과 역경의 덫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한국 콘텐츠 시장에 미칠 파장까지 짚어봐야 한다. 과연 팍스 넷플리카는 가능할까?
왜 지금, 왜 워너인가?
시장에서는 그동안 넷플릭스가 대형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판단했으나 이는 경쟁자들을 방심시키기 위한 철저한 연막작전이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기묘한 이야기 등 강력한 오리지널을 보유했지만 디즈니나 워너가 가진 수십 년 축적된 메가 IP에는 늘 목말라 있었다.
다만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넷플릭스는 해리포터, 배트맨, 슈퍼맨, 왕좌의 게임, 프렌즈 등 전 세계 팬덤을 거느린 에버그린 IP를 손에 넣게 된다. 넷플릭스가 단순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디즈니와 같은 'IP-플랫폼-커머스'가 통합된 제국으로의 진화를 노린다는 뜻이다.
넷플릭스의 시선이 다른 OTT가 아닌 유튜브를 향해 있다는 분석도 나오다. 숏폼과 AI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사용자의 시간을 점유하기(Time Span) 위해서는 압도적인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워너의 프리미엄 자산은 AI 시대의 콘텐츠 제작 방식 변화에 대응하고 유튜브와의 시간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핵심 무기다.
다만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넷플릭스는 해리포터, 배트맨, 슈퍼맨, 왕좌의 게임, 프렌즈 등 전 세계 팬덤을 거느린 에버그린 IP를 손에 넣게 된다. 넷플릭스가 단순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디즈니와 같은 'IP-플랫폼-커머스'가 통합된 제국으로의 진화를 노린다는 뜻이다.
넷플릭스의 시선이 다른 OTT가 아닌 유튜브를 향해 있다는 분석도 나오다. 숏폼과 AI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사용자의 시간을 점유하기(Time Span) 위해서는 압도적인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워너의 프리미엄 자산은 AI 시대의 콘텐츠 제작 방식 변화에 대응하고 유튜브와의 시간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핵심 무기다.
물론 난관도 만만치않다. 인수 발표 사흘 만에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 연합이 판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넷플릭스보다 훨씬 공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적대적 M&A를 선언했다. 워너브라더스 전체(케이블 TV 포함)를 총 1080억 달러 (약 158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으며 주당 가격도 30달러를 채워 넷플릭스 제안가 27.75달러를 넘기는 매력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심지어 이들의 뒤에는 오라클 래리 엘리슨 가문과 중동 국부펀드 등도 포진해 자금력도 확실하다.
전략적 타격감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넷플릭스가 직면한 '반독점 규제 리스크'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넷플릭스 합병 시 시장 점유율 독과점 이슈로 승인이 1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강조하며 자신들의 제안이 더 확실하고 즉각적인 현금 보상(Shareholder Value)을 줄 수 있다고 설득 중이다.
3대 리스크
연합군만 넷플릭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 아니다. 먼저 자금 문제다.
넷플릭스는 이번 인수로 약 590억 달러의 부채를 추가로 떠안게 될 전망이다. 메가 딜의 특성상 '영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은 필연적으로 재무적 부담을 증가시킬 전망이다. 모건스탠리가 대규모 차입에 따른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한 이유다.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다. 만약 딜이 무산될 경우 물어내야 할 위약금(브레이크업 피)만 58억 달러(약 8조 5000억 원)에 달하기에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못 먹어도 고'를 외쳐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치적 변수도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지지층(MAGA)은 넷플릭스를 민주당 친화적 기업(오바마와의 관계 등)으로 규정하며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반면 파라마운트 컨소시엄에는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관여된 펀드가 포함되어 있어 정치적 역학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연합군이 딴지를 걸고 넘어지고 있는 독과점 규제도 심각하다. 미 법무부 지침상 합병 후 점유율이 30%를 넘으면 불법으로 간주될 소지가 크다. 그리고 넷플릭스와 HBO맥스의 결합은 이 기준을 위협하며 할리우드 작가조합(WGA)과 배우조합 등도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결사반대하고 있다.
미디어 빅뱅, 최후의 승자는?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는 '팍스 넷플리카'를 완성하려는 야심 찬 도박이다.
성공한다면 넷플릭스는 기술과 콘텐츠, IP를 모두 거머쥔 유일무이한 미디어 제국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파라마운트 연합의 강력한 자금력과 정치적 공세, 그리고 규제 당국의 칼날은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설령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넷플릭스는 경쟁자 파라마운트를 견제하고 워너를 묶어두는 전략적 이득을 취할 수도 있다.
이제 플랫폼이 IP를 삼키고, AI가 제작 방식을 바꾸는 새로운 전장이 펼쳐지고 있다. 콘텐츠에 승리를 거둔 플랫폼이 AI 시대라는 새로운 격랑을 만나 오랜 전투에서 승리한 축제도 없이 곧장 지옥으로 끌려가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와 이에 대항하는 연합군들의 치열한 격전을 매섭게 분석해야 할 필요는 충분하다.
특히 한국 시장은 더 의미심장하게 사안을 노려봐야 한다. 글로벌 시장은 합종연횡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데 대항마가 되어야 할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2년째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빙의 주요 주주인 KT는 자사 IPTV 사업 보호 및 수익성 우려로 합병에 미온적이다. 그리고 KT 내부 경영진 교체 이슈로 내년 1분기까지는 의사결정이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티빙과 CJ ENM은 파라마운트, 워너브라더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었으나 파트너들이 넷플릭스에 인수되거나 적대적 M&A에 휘말리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위기에 처했다. 절묘한 시기에 터진 절묘한 혼란이다. 이건 콘텐츠 산업 전반의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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