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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에만 468조 푼다··· 4년째 '75% 조기배정' 승부수[Pick코노미]

서울경제 배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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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에만 468조 푼다··· 4년째 '75% 조기배정' 승부수[Pick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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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도 예산배정계획 국무회의 확정
624.8조 중 468.3조 상반기 투입···역대 최대 규모


정부가 내년도 전체 세출예산의 75%인 468조 원을 상반기에 쏟아붓는다. 이는 지난 2023년 이후 4년 연속 75%라는 역대 최고 수준의 조기 배정률을 유지한 것으로, 침체된 내수 경기를 부양하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다독이겠다는 강력한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물가와 환율 상승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정부가 확장재정 카드를 통해 1%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방어하기 위해 배수진을 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재부는 9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도 예산배정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예산 배정은 각 부처가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절차로 배정이 이뤄져야 계약 등 지출원인행위를 할 수 있다.

이날 확정된 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친 예산 총액은 624조 8000억 원이다. 정부는 이 중 75%에 해당하는 468조 3000억 원을 상반기에 배정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 배정액(431조 5000억 원)보다 36조 8000억 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정부의 상반기 예산 배정률은 최근 몇 년 새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1년 72.4%였던 상반기 배정률은 2022년 73.0%로 올랐고 2023년부터는 75%로 상향 조정돼 내년까지 4년 연속 동일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상반기 배정률이 70%를 넘으면 조기 집행 기조로 분류되는데 75%는 사실상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조기 배정이라는 게 재정 당국의 설명이다.

기재부는 이번 예산 배정의 핵심 목표로 기술 주도 초혁신경제,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민 안전,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 지원 등을 꼽았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2026년도 예산이 자금 배정 절차 등을 거쳐 연초부터 적기에 집행이 이뤄지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내년에도 상반기 75% 조기 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배경은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과 주요 경제 기관들이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1%대 후반으로 전망하는 등 2년 연속 1%대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한은이 내년도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를 시사하면서 민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상반기 재정 집행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가까스로 되살아나고 있는 민간 소비와 경제 회복의 불씨가 다시 꺼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8일 재정집행점검회의에서 “새해 첫날부터 주요 민생 사업이 즉시 집행될 수 있도록 사업 계획 수립을 12월 중 마무리해달라”고 각 부처에 당부했다.


다만 예산 배정이 곧바로 현금 지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예산 배정은 부처에 예산을 사용할 권리를 주는 것이고 실제 대금을 지급하려면 자금 배정이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 조세 및 세외수입으로 자금을 우선 충당하고 부족분은 국채 발행이나 일시 차입으로 조달해야 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관건은 실제 집행률이다. 정부가 배정 계획을 앞당겨도 일선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제 사업 집행이 늦어지거나 세수 부족으로 자금 배정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경기 부양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해 2026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내년 예산안 규모는 727조 9000억 원 수준으로, 지난 2일 국회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책펀드와 인공지능(AI) 지원 등 총 4조 3000억원을 감액하고 감액된 재원 내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 민생지원 예산 등을 보강해 총 4조 2000억원을 증액했다. 이로 인해 총지출 규모는 정부안 대비 1000억원 줄었다.






배상윤 기자 prize_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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