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당일 결심지원실 있던 방첩사 장교
방첩사 대령 이하급 실무진 단체대화방에
"두 번, 세 번 하면 된다" 尹 발언 옮겨 적어
김용현 측 요구에 '30초 휴대폰 타이핑' 시연
"30초 안에 이 내용 휴대폰으로 다 칠 수 있어요?" (고영일 변호사)
"충분히 가능하다. 법정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줄 몰랐다." (방첩사 장교 A씨)
"이례적이긴 한데, 빨리하고 치우자는 의미로 하자고 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하다." (지귀연 부장판사)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가 심리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용군 예비역 대령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30차 공판)에서는 이례적으로 '휴대폰 타이핑 시연'이 펼쳐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국군방첩사령부 중령 A씨에게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이 "당시 들은 말을 30초 안에 쓸 수 있느냐"고 따져 묻자, A씨는 휴대전화 메모장에 △"그건 핑계다" △"그러게 잡으라고 했잖아요" △"다시 걸면 된다"는 문장을 약 15초 만에 입력해 보여줬다.
특검 측이 "(법정은) 증인이 경험한 사실을 묻는 자리지 시뮬레이션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발했지만, 김 전 장관 측은 "꼭 필요한 절차"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30초가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니다"라며 시연을 허가했다.
방첩사 대령 이하급 실무진 단체대화방에
"두 번, 세 번 하면 된다" 尹 발언 옮겨 적어
김용현 측 요구에 '30초 휴대폰 타이핑' 시연
편집자주
초유의 '3대 특검'이 규명한 사실이 법정으로 향했다.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밝힌 진상은 이제 재판정에서 증거와 공방으로 검증된다.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위한 여정을 차분히 기록한다.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30초 안에 이 내용 휴대폰으로 다 칠 수 있어요?" (고영일 변호사)
"충분히 가능하다. 법정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줄 몰랐다." (방첩사 장교 A씨)
"이례적이긴 한데, 빨리하고 치우자는 의미로 하자고 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하다." (지귀연 부장판사)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가 심리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용군 예비역 대령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30차 공판)에서는 이례적으로 '휴대폰 타이핑 시연'이 펼쳐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국군방첩사령부 중령 A씨에게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이 "당시 들은 말을 30초 안에 쓸 수 있느냐"고 따져 묻자, A씨는 휴대전화 메모장에 △"그건 핑계다" △"그러게 잡으라고 했잖아요" △"다시 걸면 된다"는 문장을 약 15초 만에 입력해 보여줬다.
특검 측이 "(법정은) 증인이 경험한 사실을 묻는 자리지 시뮬레이션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발했지만, 김 전 장관 측은 "꼭 필요한 절차"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30초가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니다"라며 시연을 허가했다.
윤 "핑계다" "두 번 세 번 걸면 된다"
A씨는 지난해 12월 4일 오전 1시 16분 경,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 일행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불과 13분 전,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직후였다.
A씨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에게 무언가를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이 "그건 핑계다", "그러게 사전에 잡으라고 했잖아요", "다시 걸면 된다", "두 번 세 번 걸면 된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 발언을 '계엄 재선포 가능성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대통령경호처 직원으로부터 퇴장을 요구받기 전후로 이 대화를 듣고 방첩사 실무진 비화폰 단체대화방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상계엄을 왜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고 국회에 군인이 투입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상황"이라며 "또다시 걸면 된다 했을 때 진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증언 신뢰 흔들기'에 몰두한 김용현 측
시연 후에도 김 전 장관 측은 줄곧 A씨 증언 신빙성 깎아내리기에 집중했다. '메시지를 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거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여지', '인사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이어가며 날을 세웠다.
증인신문을 마친 A씨는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어 말한 뒤 법정을 떠났다.
"생도 시절부터 군은 과거 권위주의와 단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정치적 중립이란 단어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저는 너무 참담합니다. 저희 후배들은 자기들이 겪지도 않은 일로 자성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군의 신뢰와 권위를 재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재판장님께 올바르고 공정한 판결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