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치를 벌였다.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중지법’(국회법 개정안) 등 법안 강행 처리에 맞서려는 국민의힘의 맞불이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첫 주자로 나선 나경원 의원의 발언 도중 의제를 벗어났다며 마이크를 끊기도 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는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
김병기 민주당·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우 의장 주재로 만나 본회의 시간까지 연기하며 쟁점 법안 처리를 두고 협의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이어 열린 본회의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한국장학재단채권, 공급망안정화기금채권,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 등 3건의 국가보증동의안만이 우선 처리됐다. 이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된 가맹사업법 개정안부터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실시했다. 필리버스터 1번 주자로는 나 의원이 나섰다.
앞서 송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본회의에 상정되는 법안 전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실시하기로 총의를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 파괴 5대 악법(내란전담재판부 및 법왜곡죄 추진, 대법관 증원, 4심제 도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 확대 법안), 국민 입틀막 3대 악법(정당 현수막 규제, 유튜버 징벌적 손해배상제,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 법안) 등 8대 악법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는 차원에서 쟁점이 많지 않은 법안도 전체 필리버스터를 실시키로 했다”고 말했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던 도중 우원식 국회의장이 나 의원 토론이 의제와 관련 없다고 마이크를 꺼버리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나 의원의 토론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날 충돌은 나 의원의 등장부터 이어졌다. 우 의장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나 의원에게 “인사 안 하느냐”고 물었고, 나 의원은 자료 등을 보면서 “조금 이따가 말하겠다”고만 답했다. 이에 우 의장은 “인사하라는 법은 없다”며 “인사 안하는 건 자유인데 인사 안하고 올라오는 사람의 인격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나 의원은 민주당을 겨냥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나눠 갖는 관행을 무시하고 입법관행을 무시했다”·“의회 독재를 강행하기 시작했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우 의장은 “의제 안에서 발언해달라”며 나 의원의 발언을 수차례 끊었다. 우 의장은 “5분 더 드릴 테니까 5분 후에는 의제로 돌아오라”고 하고 5분 뒤 “계속 회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발언권을 줄 수 없다. 이건 의사진행을 방해하려고 온 것”이라며 마이크를 꺼버렸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원식 독재”,“제2의 추미애‘ 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여야 의원들은 연단에 몰려나와 언쟁을 벌였다. 이후 나 의원이 관련 의제에 관해 토론하겠다고 하자 우 의장은 다시 마이크를 켰다.
이에 대해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대한민국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의장이 의원의 발언을 방해하고 마이크를 꺼버리는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는 의장의 독단적인 본회의 진행이자 폭거”라고 항의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
한편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에서 ‘민생법안 발목잡기’·‘필버 악용 중단’ 등이 쓰인 손피켓을 들고 규탄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국회법은 ‘필리버스터 실시 중 회기가 끝나는 경우에는 필리버스터의 종결이 선포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이날 본회의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 열리는 회의이기 때문에 자정이 되면 자동으로 산회돼 필리버스터는 종료된다.
민주당은 10일부터 임시국회를 소집한 상태다. 필리버스터로 처리가 지연된 법안들을 11일 열리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다시 상정할 계획이어서 이날부터 또 여야 간 대치가 격화될 전망이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