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11시 30분 충남 금산군 지방도 68호선 부엉산터널. 라디오를 켠 채 터널 안으로 진입하자 갑자기 잡음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지지직~ 지지직~’하는 소음이 이어졌다. 터널 중간에서는 무음이 된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라디오 전파가 완전히 차단된 것이었다.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는 물론 다른 공중파와 교통방송 라디오 주파수도 완전히 먹통이 됐다. 부엉산터널은 길이기 550m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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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지방도 27곳 중 12곳 재난방송 송출 안돼
이날 중앙일보 취재진이 찾은 금산의 부엉산터널과 천내터널을 비롯해 충남도가 관리하는 터널 27개(지방도) 가운데 44%에 달하는 12개에서 재난방송(라디오)이 송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의회 주진하 의원(예산2)은 지난달 충남도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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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군 지방도 68호선 부엉산터널에서는 KBS 재난방송 등 라디오수신이 되지 않아 운전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
터널에서 라디오 수신이 되지 않을 경우 자연재해나 폭발·화재 등 사회적 재난 때 방송 청취가 불가능해 대처가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지방의회는 물론 각 시·군에서도 중계소 설치 등의 대책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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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붕괴·폭발 등 재난 때 방송 청취 불가
충남도는 터널 내 재난방송 송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2024년 12월 ‘도로 터널 재난 방송설비 구축방안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후 올해 3월 행정안전부에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 정책사업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사업이 난관에 부딪혔다.
이와 관련, 충남도는 재난방송 관리 주체인 건설본부에서 사업을 추진하도록 업무지침을 내렸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에 따르면 지방도에 설치된 터널의 관리 주체는 도로관리부서로 충남도는 건설본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충남도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올해 9개 터널에서 통신장비 보수·보완 공사를 진행한 뒤 나머지 3개는 내년에 추가로 공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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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청양군 국도 36호선 칠갑산터널에서는 KBS 재난방송 등 라디오 수신이 되지 않아 운전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
주진하 도의원은 “터널은 밀폐되고 협소한 구조로 화재나 연쇄 추돌사고, 붕괴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대피가 쉽지 않다”며 “이동이 제한된 터널 안에서는 재난방송이 유일한 수단인데 운전자의 안전확보를 위해서라도 조기에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의원은 충남도내 모든 터널에 대한 재난방송 설비 실태조사와 수신 불능 구간에 대한 신속한 장비 보강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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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국도·철도 터널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방도와 마찬가지로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국도의 터널 역시 라디오 수신이 끊기는 곳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충남도는 지방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터널 현황과 재난방송 수신 여부를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충남도는 지난 7월 8일 충남교통방송(주파수 103.9㎒)을 개국하면서 도내 전역에 신속한 재난·교통정보를 전달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위험이 높은 터널에서의 재난방송 송출 문제는 뒷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23년과 2024년, 올해 중앙일보 취재진이 충남 청양에 있는 국도 36호선 칠갑산터널과 청양터널, 여주재터널 등 3곳을 확인한 결과 양방향 모두에서 재난방송이 수신되지 않았다. 금산 부엉산터널처럼 입구에서 잡음이 들리고 중간에서는 아예 라디오방송이 끊겼다. 특히 길이 1㎞가 넘는 긴 터널에서는 KBS는 물론 MBC와 교통방송 라디오 채널이 모두 끊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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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주변에서 만난 운전자들은 “평소 교통상황이나 뉴스를 듣기 위해 라디오를 켜고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속도로나 국도, 지방도의 터널을 지날 때 방송이 끊겼는데 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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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들 "라디오 끊기면 어디서 재난방송 듣나"
한편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한민수(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도로 터널 67.6%, 철도 터널 98%, 지하철 역사 51.6%에서 FM라디오 수신이 불량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로 권역별 수신상태를 보면 전국 터널 3220개 중 684개가 몰려 있는 경기도의 경우 73%(496개)가 라디오 수신이 불량했다. 충남은 148개 중 128개(86%)가 불량해 전국 1위, 강원도가 400개 중 302개(76%)가 불량으로 2위를 차지했다.
금산·청양=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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