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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난'에 위기 빠진 국민브랜드···PEF 컨설팅 전략 더해 재도약 노린다[시그널]

서울경제 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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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난'에 위기 빠진 국민브랜드···PEF 컨설팅 전략 더해 재도약 노린다[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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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작고 후 장·차남 지분다툼
소송전 겪으며 수년 간 실적 정체
생수 사업·美 코스트코 진출 목표
'고용·성장 투자' PEF 순기능 기대
"2030년 지분가치 2000억 달할것"
이 기사는 2025년 12월 7일 17:31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1981년 설립된 크린랩은 주방용 비닐랩과 고무장갑 등을 제조하는 명실상부 국민 브랜드로 통한다. 창립 후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왔으나 2020년 창업주인 고(故) 전병수 회장이 작고하며 위기를 겪었다. 지분 상속분이 장남인 전기영 씨에 돌아가자 차남인 전기수 씨가 이의를 제기하며 경영권 다툼이 발발했다. 기존 경영진이 해임된 데 이어 회사는 법원에 기업회생까지 신청하며 영업력이 크게 약화됐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보유한 크린랩 지분도 상속 과정에서 물납된 것이다.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장남의 경영권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며 경영권 분쟁은 종식됐고 크린랩은 다시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전기영 씨의 조카인 승문수 대표가 현재 경영 일선에 복귀해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공석이었던 생산본부장도 지난해 9월 새로 취임했다. 회사 경영이 정상화되는 과정을 지켜본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포인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이상파트너스 컨소시엄은 향후 추가 투자가 이뤄질 경우 큰 성장이 있을 것으로 보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기영 씨는 이번 경영권 매각이 종결된 후에도 25.4%를 보유한 2대주주로 남을 계획이다. 승 대표 역시 최고경영자(CEO)직을 이어가며 회사 성장을 직접 이끌기로 했다. 컨소시엄은 승 대표에게 중책을 맡기면서도 이사회 5인 중 과반뿐 아니라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감사를 선임해 회사 경영에 참여할 계획이다.

컨소시엄은 높은 브랜드 가치를 보유한 크린랩이 추가 투자를 지원할 새 주인을 만나면 실적도 크게 점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회사의 매출액은 1239억 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58억 원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2030년에는 매출액 2036억 원, EBITDA 297억 원으로 두 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회사 지분 100%의 가치는 1274억 원으로 평가됐고 2030년에는 약 2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기대치다.

실제 크린랩은 기존 주방용품 생산·판매에서 벗어나 최근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컨소시엄은 특히 경영권 이전이 끝난 직후 생수 사업을 본격 확장하기로 했으며 마진율이 높은 영유아 식품과 위생 소모품 사업에도 뛰어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현재 사업 영역은 기업소비자거래(B2C)에 머물러 있으나 향후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 등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기업간거래(B2B) 시장 진출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매출 중 약 10%에 머물러 있는 해외 수출도 적극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지금은 현지 대리상을 통한 한인마트 중심의 수출 구조에 갇혀 있으나 앞으로는 코스트코 같은 미국 대형마트 체인으로의 직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높인 것이 크린랩에는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경영권 인수를 주도하고 있는 포인터스PE는 2023년 말 업무집행사원(GP) 영업을 등록하고 올해 초 주요 운용 인력들이 합류한 신생사다. 크린랩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 경영권 인수(Buy Out) 펀드 결성의 첫 스타트를 끊게 된다. 공동 GP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상파트너스는 2016년 설립 후 지금까지 중소·중견기업 경영권 인수에 특화된 펀드 5건을 결성한 중견 사모펀드다. 현재 코스닥 상장사 세경하이테크의 지분 약 2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업계에서는 성장이 멈춰선 40년 역사의 국민 브랜드 기업이 재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경영에 위기를 겪었던 기업이 새 주인을 만나 안정적인 고용과 성장을 이루게 되는 PEF의 순기능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을 위한 투자 자금을 제공받고 전문가들의 전략적 컨설팅까지 더해질 수 있는 기회”라며 “크린랩이 새 시장을 개척하는데 좋은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 mid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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