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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핵심 임원 잇단 이탈…"칩 총괄까지 떠날 가능성"

이데일리 임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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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핵심 임원 잇단 이탈…"칩 총괄까지 떠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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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총괄, 인터페이스 디자인 총괄 등 줄줄이 퇴사 발표
"칩 총괄 퇴사 조짐에 팀 쿡 붙잡기 나서"
AI 전략 차질이 핵심 인재 이탈로 배경으로 분석
경영진 동시 은퇴 시기와 겹쳐 '두뇌 상실' 위기감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애플이 고위 임원과 핵심 엔지니어들의 잇따른 이탈로 혼란기를 맞았다. 인공지능(AI) 총괄, 디자인 수장, 법무 책임자, 대외정책 책임자까지 핵심 임원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나는 가운데, 자체 칩 개발 사령탑의 이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의 조니 스루지 하드웨어 기술 총괄 수석부사장은 최근 팀 쿡 최고경영자(CEO)에게 “가까운 시일 내에 퇴사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애플의 자체 칩 전략을 설계한 인물로 퇴사하면 경쟁사로 이직할 가능성도 주변에 시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쿡 CEO는 스루지 수석부사장을 붙잡기 위해 고액의 보수 패키지와 향후 더 큰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9월9일(현지시간)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에서 열린 애플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아이폰17을 들고 있다.(사진=AFP)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9월9일(현지시간)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에서 열린 애플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아이폰17을 들고 있다.(사진=AFP)


애플은 최근 일주일 사이 △AI 총괄 존 지아난드레아 △인터페이스 디자인 총괄 앨런 다이 △법무 총괄 케이트 애덤스 △환경·정책·사회 이니셔티브 담당 리사 잭슨의 퇴사를 잇달아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쿡 CEO에게 직보하던 핵심 C레벨 임원들이다.

애플 AI 전략의 지연과 성과 부진은 이번 인사 격변기를 초래한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애플의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는 출시가 늦어진 데다가, 기능 측면에서도 경쟁사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대적으로 예고됐던 음성비서 시리(Siri)의 전면 개편 역시 일정이 약 1년 반가량 지연됐다.

애플의 최근 자체 개발 모델보다 외부 AI 도입에 더 힘을 주면서 핵심 인력들의 이탈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부터 지아난드레아 AI 총괄의 역할을 단계적으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내년 봄까지 잔류할 예정이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의 퇴진이 기정사실화돼 있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AI 연구원들의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 메타, 오픈AI, 각종 스타트업들이 애플 출신 AI 엔지니어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애플의 ‘AI 추격전’은 더 험난해졌다는 평가다. 시리 개편 프로젝트를 총괄하던 로비 워커가 지난 10월 회사를 떠났고 그의 후임이었던 케 양 역시 몇 주 만에 메타의 ‘슈퍼인텔리전스 랩’으로 자리를 옮겼다. AI 모델 총괄이던 루밍 팡도 자신의 팀원들을 데리고 메타로 이직했다. 탁상형 로봇 개발팀, 비전 프로 광학·디스플레이 인력 일부는 오픈AI로 이동했다. 한때 애플 디자인을 상징하던 조니 아이브 역시 현재 오픈AI와 AI 기기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동시에 60대 초중반 경영진이 은퇴 국면에 들어서면서 핵심 두뇌 상실에 대한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법무 총괄 케이트 애덤스와 환경·정책·사회 이니셔티브 담당 부사장 리사 잭슨은 모두 60대 중반으로 은퇴를 발표했다. 또 다른 베테랑인 루카 마에스트리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올해 초부터 역할이 축소됐으며, 머지않아 은퇴할 가능성이 크다. 이보다 앞서 애플 2인자였던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달 공식 은퇴했다.

추가 조직 개편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매·인사 부문 총괄 디어드리 오브라이언은 35년 이상 애플에 몸담았고, 마케팅 총괄 그레그 조스위악은 40년 가까이 재직했다. 애플은 이들 아래 핵심 참모들을 이미 승진시키며 장기적인 은퇴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달 65세를 맞은 쿡 CEO의 퇴진설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쿡 CEO가 당장 물러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으로 이미 수년 전부터 원활한 후계 구상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현재 내부에서는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총괄이 차기 CEO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쿡 CEO 취임 당시와 같은 나이(50세)다. 장기적인 리더십이 가능한 인물로 세일즈나 운영 전문가보다 기술적 감각이 뛰어난 CEO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터너스의 강점이 부각된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