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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10년 만에 엑시트한 권병세 유틸렉스 대표[화제의 바이오人]

이데일리 김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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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10년 만에 엑시트한 권병세 유틸렉스 대표[화제의 바이오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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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세 유틸렉스 대표이사(사진=유틸렉스)

권병세 유틸렉스 대표이사(사진=유틸렉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유틸렉스(263050)의 창업자 권병세 대표가 지분 전량을 외부 투자사에 매각하며 사실상 엑시트(exit)하게 됐다. 그는 1989년 4-1BB 수용체를 세계 최초로 발견한 면역학자로, 2015년 유틸렉스를 창업했을 때만 해도 바이오업계의 기대는 컸다. 권 대표는 “부작용 없는 면역항암 치료제”를 기치로 내걸고 T세포치료제·CAR-T·면역항체 등 세 가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회사에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동시 개발했다. 그러나 상장 7년, 창업 10년 만에 권 대표는 회사 지분 전량을 정리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권 대표는 지난 2일 보유 지분 전량인 404만2858주(지분율 10.98%)를 청안인베스트먼트에 100억원에 매각했다. 계약가는 주당 2474원으로 당시 주가(1480원) 대비 67% 높은 가격으로 설정됐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걸 경영권 프리미엄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며 "사모펀드(PEF)나 전략적 투자자(SI)가 아닌데도 경영권을 넘겼다는 것은 권 대표의 협상력이 크진 않았다는 의미로 보이고, 사업가적 엑시트라기보단 퇴장에 가까운 매각"이라고 평했다.

내년 1월 15일 잔금이 지급되면 유틸렉스의 최대주주는 청안인베스트로 바뀌게 된다. 청안인베스트먼트는 2022년 3월 설립된 경영·투자자문업 회사로 비상장사다. 청안인베의 대표인 정인구 대표는 지난 4일 유틸렉스의 경영지배인으로 선임되면서 회사의 경영 업무 전반을 수행하게 됐다. 같은날 유연호 유틸렉스 대표가 사임하면서 권병세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바이오업계에서 권 대표의 엑시트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이 고령인데다 경영을 승계할 자녀가 회사에 남아있지 않아 오래 전부터 엑시트 가능성이 거론됐다"며 "계속 주가가 떨어지면서 적절한 매각 상대방을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유틸렉스의 주가는 2019년 3월 22일 4만4138원을 정점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5일 기준 121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유틸렉스는 상장 당시 T세포치료제의 미국 임상, CAR-T 세포치료제의 조기 상용화, 면역항암 항체치료제의 비임상 또는 임상 초기 단계에 다국적 제약사에 라이선스아웃 추진 등을 약속했지만 대부분 현실화되지 못했다. 유틸렉스는 2023년 초 유연호 사장을 영입해 공동대표이사로 올리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고, 인력의 절반 이상 물갈이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 위주로 솎아내는 작업도 추진했다. 그러나 상장 후 7년간 기술이전 실적은 전무했으며, 조기 상업화 성과도 내지 못했다. '창업 11년 차' 바이오기업이라기엔 아쉬운 성과가 평가도 나온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창업 초기에는 파이프라인이 풍부하다는 점이 리스크 헷지 측면에서 좋게 평가됐지만 파이프라인이 많고 전략이 분산됐다는 점이 독이 됐던 것 같다"며 "특히 고형암 CAR-T는 빅파마들도 난항을 겪는 영역인데 유틸렉스는 초기부터 너무 광범위하게 접근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유틸렉스는 최근 5년간 판매관리비로 200억원 이상 지출해온 회사다. 반면 매출은 2020년 20억원 이후 3년간 3억원을 넘기지 못하다 2024년 초 IT기업 아이앤시스템을 인수한 뒤 95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말 303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은 2024년 말 268억원에서 올해 1분기 137억원→2분기 107억원→3분기 82억원으로 빠르게 고갈됐다.

올해 5월에는 판틸로고스 외부 투자자 지분을 현금이 아닌 권 대표 일가의 유틸렉스 지분으로 직접 매입한 점이 눈에 띈다. 해외 자회사인 유틸로직스 청산 결정에 이어 판틸로고스 지분 정리를 통해 지배구조를 재정비하겠다는 명목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권 대표 일가가 개인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 싶다"며 "그만큼 회사 현금이 말라있었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권 대표의 퇴장 이후 유틸렉스가 어떤 회사로 재편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틸렉스는 내년 1월 2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 계획이다. 해당 주총에서 유틸렉스의 새 경영 체제의 방향성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 바이오기업 창업자가 또 불명예 퇴장을 하면서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면서 "학자로서의 명성과 사업가로서의 역량은 별개라는 게 다시 한 번 입증됐다"고 꼬집었다.


◇권병세 유틸렉스 대표 약력

△1947년 12월 출생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 석사

△조지아 리전츠 대학(Georgia Regents University, 현 오거스타대학(Augusta University)) 면역학 박사

△인디애나대학교 의과대학(Indiana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종신교수

△울산대학교 화학생명과학부 교수

△튤레인대학 의과대학(Tulan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교수

△국립암센터 면역세포치료사업단 단장 역임

△1989년 면역세포 활성 수용체 ‘4-1BB’ 세계 최초 발견

△2015년 2월 유틸렉스 설립 및 대표이사 취임

△2018년 유틸렉스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2023년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권병세·유연호 공동대표)

△2025년 12월 보유 지분 전량 매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