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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들도 별수 없네?”…비트코인 폭락에 하버드대 ‘물타기’

매경이코노미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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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들도 별수 없네?”…비트코인 폭락에 하버드대 ‘물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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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달러 투자 후 최소 14% 손실
최근 급락기에 보유량 3배 확대
美 아이비리그도 비트코인 매수


미국 하버드대가 최근 비트코인 급락장에 추가 매수를 하는 이른바 ‘물타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AP연합뉴스)

미국 하버드대가 최근 비트코인 급락장에 추가 매수를 하는 이른바 ‘물타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AP연합뉴스)


비트코인 가격이 7개월 만에 9만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대규모 조정을 겪는 가운데, 미국 하버드대가 폭락 국면에서 되레 매수(물타기)에 나섰다. 하버드는 올해 들어 비트코인 보유량을 3배 가까이 늘렸지만, 최근 급락으로 최소 14% 이상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투자전문지 24/7월스트리트에 따르면 하버드는 비트코인이 11월까지 17% 하락하는 동안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다. 올해 3분기 비트코인 ETF 보유량은 4억4300만달러어치로 2분기 대비 3억달러가 훌쩍 넘는 비트코인을 급락장에서 확보했다. 하버드 매니지먼트컴퍼니(HMC)는 비트코인의 낮은 상관관계가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매입을 늘린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손해가 막심하다. 최근 비트코인은 올해 쌓였던 상승분의 30%가 단숨에 사라졌고, 시가총액은 6000억달러(약 883조원) 증발했다. 이 조정 흐름이 기관투자자인 하버드에도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하버드대는 지난 2분기 블랙록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 지분을 총 490만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가격 급락으로 최소 14% 이상의 평가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에 따르면 3분기 초 저점(7월 초)에 매수했다고 해도 현재 평가액은 약 4000만달러(약 590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물론 현재 하버드대 기금은 총 570억달러(약 84조원) 규모로, 비트코인 투자 비중은 1%도 되지 않는다. WSJ도 “투자 손실이 재정 전체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수익률 경쟁에서는 부담이 남는다. 하버드대의 최근 10년간 평균 연간 수익률은 8.2%로 상위권 대학 10곳 중 9위에 그쳤다. 최근 1년 수익률도 11.9%로 MIT(14.8%)·스탠퍼드(14.3%)보다 낮았다. 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 변동성 높은 자산군에 공격적으로 비중을 늘린 점은 ‘리스크 관리’ 논란을 남기고 있다.


비트코인 투자 움직임은 비단 하버드만의 일은 아니다. 현재 브라운대는 블랙록 비트코인 ETF 1400만달러를, 에머리대는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미니 트러스트 5200만달러어치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요 대학들이 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대체투자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며 비트코인 ETF가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하버드는 단기 조정에도 장기적 관점에서 비트코인 상승 여력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급락장에서 ‘물타기’ 전략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는 향후 시장 흐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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