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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신약으로 상한가, 탈모 치료 새로운 장 열리나

파이낸셜뉴스 김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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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신약으로 상한가, 탈모 치료 새로운 장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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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는 약으로 문제 부위에서만 작용하는 탈모 치료제 '클라스코테론'
위약보다 모발 증가 뚜렷하다는 대규모 임상 결과 발표, 그러나 장기 데이터 필요
탈모 치료의 새로운 길 열려 희망적이나 기존 치료제 대체 가능 여부는 지켜봐야


클라스코테론이라는 성분이 등장해 국내 판권을 가진 현대약품의 주가가 치솟는 등 연일 화제다. 클라스코테론은 탈모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것에서 충분히 기대를 받을만 하나 장기 사용에 대한 부작용 등 아직 필요한 데이터도 많다. 사진: 언스플래쉬

클라스코테론이라는 성분이 등장해 국내 판권을 가진 현대약품의 주가가 치솟는 등 연일 화제다. 클라스코테론은 탈모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것에서 충분히 기대를 받을만 하나 장기 사용에 대한 부작용 등 아직 필요한 데이터도 많다. 사진: 언스플래쉬


[파이낸셜뉴스] 최근 주식 시장에서 현대약품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특별한 실적 발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신 임상 결과가 좋은 해외 탈모 신약의 국내 판권을 현대약품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탈모 치료제 분야에서 오랜만에 나온 신약 소식이라는 점도 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많은 사람이 탈모 치료 분야의 '게임 체인저'가 탄생한 것인지 궁금해했다.

편집자주: 김진오 원장은 '모발의 신'이라고 자처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MBC <나혼자산다>를 비롯해 EBS <평생학교> MBN <특집다큐H> 유튜브 채널 <모아시스> 등 다양한 콘텐츠에 출연하는 것은 기본, 대한성형외과의사회와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등 다양한 학회에서 활동하고 논문과 저서를 집필하며 탈모를 파헤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앞으로 김진오 원장이 파이낸셜뉴스에 칼럼을 연재합니다. '모발의 신' 김진오 원장이 들려주는 탈모의 A to Z를 기대해 주세요.

뉴헤어모발성형외과의 김진오 원장. 도서 출판과 학회 활동, 각종 연구와 논문 집필, 칼럼 기고까지 '탈모' 정복을 위한 여정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하이퀄리티 탈모 커뮤니티 <모아시스>에 기고하고 같은 이름의 유튜브 채널 <모아시스>에도 출연할 예정이라고. 사진: 뉴헤어모발성형외과

뉴헤어모발성형외과의 김진오 원장. 도서 출판과 학회 활동, 각종 연구와 논문 집필, 칼럼 기고까지 '탈모' 정복을 위한 여정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하이퀄리티 탈모 커뮤니티 <모아시스>에 기고하고 같은 이름의 유튜브 채널 <모아시스>에도 출연할 예정이라고. 사진: 뉴헤어모발성형외과

탈모 신약 클라스코테론 이야기

클라스코테론이라는 성분은 이번 임상에서 갑자기 등장한 신인 스타는 아니다. 예전부터 여드름 치료제로 쓰여 왔다. 바르는 크림 형태로 몸 전체의 호르몬을 건드리지 않고 문제 부위에만 작용하도록 설계된 약이다. 그래서 전신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탈모 역시 남성호르몬이 모낭 주변에서 과하게 작용할 때 발생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이 약을 두피에 적용하는 가능성을 오랫동안 살펴왔다. 초반 연구에서는 위약보다 모발이 더 많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되었고, 미녹시딜과 비슷한 범위의 변화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정도면 새로운 기전의 국소 치료제로는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였다.

최근 1,400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임상에서는 클라스코테론 용액을 바른 그룹이 위약보다 모발 증가가 더 뚜렷했다고 공개했다. 일부 기사에서는 ‘539% 개선’ 같은 숫자를 강조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퍼센트 수치는 절대적인 모발 수가 몇 배로 늘었다는 뜻은 아니고, 위약과의 차이를 비율로 계산한 결과에 가깝다. 예를 들어 위약군에서 늘어난 모발이 2개, 약을 바른 군에서 늘어난 모발이 12개라면 실제 차이는 10개지만, 위약군과의 차이를 비율로 계산하면 500%가 되는 식이다. 핵심은 '위약보다 확실히 낫다'라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가 커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기존의 먹는 탈모약은 효과가 분명한 대신 전신적인 호르몬 변화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래서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망설이는 분들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바른 부위에서만 작용하는 약이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가능성처럼 보일 수 있다.

다만 고려해야 할 부분은, 이번 발표가 연구의 모든 데이터를 공개한 논문 형태가 아니라, 핵심 결과만 먼저 전한 ‘요약 발표’라는 점이다. 모발이 정확히 얼마나 늘었는지, 사진으로 봤을 때의 변화가 어느 정도인지, 연령이나 유형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등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시각도 필요하다. 초기 비교 연구에서는 기존의 미녹시딜보다 효과가 약하다는 결과도 있었고, 여드름 치료에서 넓은 부위에 장기간 사용했을 때 일시적인 호르몬 축의 변화가 관찰된 적도 있다. 탈모 치료에서는 사용하는 범위가 더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성이 유지되는지 데이터가 필요하다.

과연 클라스코테론은 탈모 치료의 판을 바꿀 수 있을까? 지금 단계에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다만 그동안 먹는 약 중심이었던 탈모 치료 시장에서 새로운 옵션이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것은 환자에게 분명 좋은 일이고, 시장에도 긍정적인 신호다. 종합해 보았을 때 “상한가를 기록할 만큼의 기대는 이해되지만, 기존 치료제를 대신할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탈모 치료는 작은 변화들이 쌓여 더 나은 방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클라스코테론도 그 한 조각일 수 있다. 시장의 열기는 식을 수 있겠지만,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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