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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을 찾아서]헌팅턴·알츠하이머·파킨슨병 치료 길 열렸다

아시아경제 변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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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을 찾아서]헌팅턴·알츠하이머·파킨슨병 치료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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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ClpB 기능 최초 규명
뇌 독성 단백질 덩어리 제거
손상된 신경 기능까지 회복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진이 헌팅턴병에서 이미 형성된 독성 단백질 응집체를 실제로 풀어낼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냈다.
왼쪽부터 고재원 교수, 엄지원 교수, 김현호 박사후연수연구원. DGIST

왼쪽부터 고재원 교수, 엄지원 교수, 김현호 박사후연수연구원. DGIST


DGIST는 엄지원·고재원 뇌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헌팅턴병의 발병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독성 단백질 응집체를 직접 풀어 없애는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ClpB'의 기능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이미 뇌 안에 축적된 단백질 덩어리를 제거하고 손상된 신경 기능까지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헌팅턴병은 부모 중 한 명이 보유하면 자녀에게 50% 확률로 유전되는 희귀 퇴행성 뇌질환을 말한다. 기억력 저하, 비정상적 움직임, 감정 조절 장애 등 증상이 서서히 나타난다. 발병 원인이 비교적 명확하지만 병의 진행을 되돌리거나 중단시킬 수 있는 치료제가 없고, 선행 연구 역시 단백질 응집을 늦추거나 막는 '예방 전략'에 머물러 있었다. 특히 이미 형성된 독성 응집체를 생체 내부에서 완전히 풀어내는 기전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DGIST 연구팀은 단백질이 엉키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작동하는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ClpB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헌팅턴병 세포 모델과 생쥐를 이용해 ClpB의 발현을 정밀하게 조절하며 기능을 검증한 결과, ClpB의 양이 부족할 경우 정상 단백질조차 쉽게 뭉치고 신경 손상이 증가했지만, ClpB를 늘리자 돌연변이 헌팅턴 단백질 응집체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발견은 헌팅턴병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루게릭병(ALS)과 같이 단백질 응집이 주요 병리 기전인 다양한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 전략에도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ClpB가 예방이 아닌 복구·해체 단계에서 작동하는 단백질 응집 해체효소(disaggregase)로 기능함을 처음 입증한 만큼, 새로운 신약 표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 안에 이미 쌓여버린 독성 단백질 덩어리를 직접 풀어낼 수 있는 기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며 "단백질이 뭉치는 것을 막는 것을 넘어 이미 손상된 신경 기능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치료 방향을 제시한 연구"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김현호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융합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에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리더연구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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