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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떠난 자리엔 무자본 M&A 세력이… 기술특례·스팩 상장사 새 병폐

조선비즈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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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떠난 자리엔 무자본 M&A 세력이… 기술특례·스팩 상장사 새 병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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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베이스(DB) 보안 제품을 개발·판매하는 코스닥 상장사 신시웨이 주가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급등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DB 보안 관련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에 신시웨이가 주목받은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인 2일, 신시웨이 주가가 급락했다. 기존 최대주주인 엑셈이 보유한 지분을 코스닥 상장사 파라택시스코리아에 넘기면서 회사 최대주주가 변경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 창업자인 정재훈 대표와 유경석 공동 대표도 각각 보유 지분 절반을 파라택시스코리아에 넘길 예정이다.

신시웨이 사례처럼 코스닥 상장 이후 창업자나 기존 경영진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창업자가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하는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창업주가 떠난 자리를 경영 능력이 확실하지 않은 세력이 차지할 경우 불확실성이 커지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3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신시웨이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 모습. /한국거래소 제공

지난 2023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신시웨이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 모습. /한국거래소 제공



특히 경영권 인수자가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인 경우 본업을 키우기보단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유망 기업이 단기간에 한계기업으로 전락해,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신시웨이의 새 최대주주가 될 예정인 파라택시스코리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크다. 현재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 이 회사는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여러 차례 사명과 사업 목적을 변경했다. 최근엔 비트코인 트래저리 사업(가상자산 금고)을 주력으로 내걸었다. 신시웨이가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지 2년 만이다.

상장한 지 몇 년 안 돼 창업자나 기존 경영진이 갑자기 실체 불분명한 세력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사례는 특히 스팩(SPAC) 합병이나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에서 빈번하게 나타난다.


통신 부품을 생산하던 옵티코어는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지 3년 만에 창업자 진재현 대표가 돌연 경영권을 매각했다. 회사의 새로운 최대주주 블랙마운틴홀딩스는 회사 자금 유용 등으로 거래 정지된 메디콕스와 연관된 양지성씨 개인 회사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비스토스도 스팩 합병으로 코스닥에 입성했지만, 이후정 대표가 상장 3년 만에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상장 당시 이 대표는 2027년까지 회사 매출을 1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상장 3년 만에 지분을 무자본 M&A 세력으로 알려진 씨유메디칼에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상장 이후 경영의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데다, 승계도 쉽지 않은 환경에서 창업자가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인수 세력의 유혹을 거절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장사 대표를 지낸 한 인사는 “코스닥 상장사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통상 50억원,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100억원 수준에서 형성된다”며 “좋은 조건을 들이밀며 매각을 권유하는 세력들이 적지 않아 창업자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과거엔 한계기업만 노리던 세력이 이제는 흑자를 내는 우량 기술기업까지 타깃으로 삼으면서 이런 경영권 매각 사례가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창업자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하는 주체가 충분한 자금력을 갖췄는지, 회사를 지속 운영할 역량이 있는지 사전에 따져보라는 조언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경영권 매각은 대부분 기습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기존 투자자들은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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