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연합뉴스 |
중·일 갈등 고조 속에 중국이 재차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이유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재개한 지 불과 보름여만의 일이다.
19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날 아침 정식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통보했다. 중국은 오염수 방류 이전에 수입을 금지했던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 등 10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기로 하고, 중국은 지난 5일 홋카이도 냉동 가리비 6t을 2년여 만에 첫 수입했다. 하지만 지난 7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유사시 군사개입 발언이 나오면서 수출은 급작스레 중단됐다. 홋카이도에서 수출한 가리비 역시 다카이치 총리 발언 영향으로 통관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일본 측은 앞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수산물의 감독 책임을 이행하고, 제품의 품질과 안전을 보장한다고 약속했고, 이는 일본 수산물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일본은 현재 약속한 기술적 자료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잘못된 발언은 중국 민중의 강한 분노를 일으켰다. 현 상황에서 일본 수산품이 중국으로 수출되더라도 시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발언 철회가 없을 시엔 ‘단호한 대항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일본 유학과 여행 자제 권고에 이어 일본 영화 상영 연기, 수산물 수입 중단 발표까지 꺼내들었지만 추가 대일 제재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전날 중국에서 개최된 중·일 국장급 협의도 파문을 남기고 있다. 중국을 찾은 가나이 마사아키(金井正彰) 일본 외무성 국장이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류진쑹(劉勁松)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국장)과 만난 20초 남짓한 짧은 영상이 화근이 됐다. 협의를 마친 두 사람이 청사 현관 부근에 마주한 모습으로, 류 국장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굳은 표정으로 가나이 국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반면 가나이 국장은 류 국장에게 고개를 약간 숙인 듯한 모습으로 비쳤다.
마이니치신문은 “중국 측이 사태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알리는 선전전의 일환으로 보인다”면서 “인민복풍 복장도 국내용 ‘애국적’ 메시지를 느끼게 했다”고 지적했다. 지지통신은 영상에 대해 현장에 기자도 있었다면서 가나이 국장이 옆에 선 통역 쪽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에 고개를 숙인 것처럼 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국영TV발로 전해진 이 영상에 대해 일본 정부 역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은 “일본 측과 제대로 조정되지 않은 형태로 프레스 어레인지(언론 공개)가 된 점에 대해서는 중국 측에 적절한 의사표시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로서는 중국과의 사이에서 쌍방 노력으로 과제와 현안을 줄이고 이해와 협력을 늘려나가는 방침에 변함이 없으며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적절한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중일 간의 타협점을 찾기 위해 리창(李强) 총리와의 접촉 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오는 22일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 회의에서 접점을 찾겠다는 취지다. 중국 측이 일찌감치 “만날 계획이 없다”고 했음에도 중국 측에 “다양한 대화에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과 같은 경제 제재에 다시 나설 수 있다는 판단에서 ‘대화 카드’를 꺼낸 것이다.
하지만 다카이치 정권에 마땅한 출구 전략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중국과 긴밀한 소통이 가능한 파이프라인을 쥐고 있는 공명당이 이탈한 데다, 강경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정권을 지지하는 보수층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가나이 국장의 방중에 대해 사죄하러 가느냐는 비판부터 ‘의연한 대중 외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보수 성향의 오노다 기미(小野田紀美)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은 전날 회견에서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령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경제적 위압을 가하는 나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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