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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빈 살만에 선물 안긴다…'F-35' 사우디 판매 승인

머니투데이 윤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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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빈 살만에 선물 안긴다…'F-35' 사우디 판매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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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스텔스 전투기 F-35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 방문을 앞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 큰 선물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첨단 무기 수출은 국가안보 우려 등 해소를 바탕으로 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로부터 사우디에 F-35 판매를 승인할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며 "그들은 훌륭한 동맹국"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우디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7년 만에 백악관을 방문하기 하루 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첫 해외 방문국으로 사우디를 택하는 등 2018년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이후 소원해진 양국 관계를 회복하는 데 힘써왔다. 트럼프 일가는 사우디와 사업적으로도 관계를 넓히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미국과 사우디는 F-35 48대 구입 및 상호 방위 협정 가능성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F-35는 세계 최첨단 무기 시스템 중 하나로 사우디는 오랫동안 F-35 구입을 원했다. 가격은 1대당 약 1억달러(1460억원)다.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이 제조하며 연간 150~190대가 생산된다. 현재 약 20개국이 F-35를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는 오랫동안 미국산 무기의 최대 구매국이었지만 F-35는 손에 넣지 못했다. 국가안보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단 미국 측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 국방정보국(DIA)은 보고서에서 "사우디에 F-35를 판매할 경우 중국이 이 전투기 기술을 입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AFPBBNews=뉴스1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AFPBBNews=뉴스1


사우디에 F-35를 판매할 경우 중동 내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가 훼손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군사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질적 군사 우위(QME)를 보장하는 정책을 펼쳤고 2008년엔 이를 법률로 명시했다. 현재 중동에서 F-35를 보유한 나라는 이스라엘이 유일하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조너선 샨저 연구원은 "이스라엘은 F-35 판매가 자국의 QME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아마도 자국 의견을 반영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F-35 판매 조건으로 미국 정부에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의 관계 정상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이끌었고, 집권 2기에선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 수립을 F-35 판매 조건으로 강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가자 전쟁 후 사우디를 포함해 아랍권에선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가 적지 않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F-35 판매 약속이 잘 지켜질지도 확실치 않다고 짚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에도 UAE에 F-35 판매를 승인했지만 5년이 넘는 지금까지 UAE는 1대도 인도받지 못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UAE에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 제거 및 전투기 사용 제한 등 여러 조건을 요구하면서 추가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 F-35 판매를 승인한 건 사우디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는 강력한 신호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디나 에스판디아리 중동 경제 연구원은 "빈 살만 왕세자는 카타르와 같은 방위 협정, 이스라엘과 같은 F-35 전투기, UAE와 같은 반도체 거래,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원한다"면서 "모든 걸 얻진 못하겠지만 일부는 확보할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말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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