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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죽쒀도 '우향우'…장동혁 믿는 구석은 '신년 골든크로스'

중앙일보 김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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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죽쒀도 '우향우'…장동혁 믿는 구석은 '신년 골든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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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4일 서울 노원구 상계5 재정비촉진구역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특별시 부동산 대책 현장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4일 서울 노원구 상계5 재정비촉진구역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특별시 부동산 대책 현장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우향우’일까. 지난달부터 10·15 부동산 대책 때리기와 광주 방문 등 민생 행보와 중도층 공략에 집중하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강성 행보로 돌아서고 있다.

장 대표는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대장동 항소 포기 관련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날 아프리카·중동 4개국 순방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7800억을 범죄자들 뱃속에 집어 넣어 놓고, 이 대통령은 오늘(17일) 1호기로 해외로 먹튀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돌아오면 기다리고 있는 건 국정조사다. 그 다음은 특검”이라고 말했다. 대개 국가 원수 자격으로 순방을 떠나는 대통령에겐 겉으로나마 덕담을 건네는 정치권의 관례를 벗어난 발언이었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장 대표가 한 달 전(10월17일)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했을 때 모습과 비슷해지고 있다”며 “최근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지지층 결집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진 것 같다”고 했다.

장 대표의 최근 행보는 강성 색채를 지우는 쪽에 더 가까웠다. 10·15 부동산 대책 논란 이후 국민의힘 부동산정책 정상화 특별위원장을 직접 맡아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지난달 30일 추경호 의원의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 소환 조사 때는 서초동 특검 앞에서 밤을 새는 등 정부·여당의 실정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 6일엔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에 나섰던 장 대표는 “한 달에 한 번 호남을 찾겠다”며 중도 공략에도 적극적이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대장동 항소포기 외압 진상규명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대장동 항소포기 외압 진상규명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지난 12일 장 대표는 내란 특검의 황교안 전 총리 체포 이후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발언한 걸 시작으로 강성으로 보일 수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발언도 한층 거칠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 16일 매일신문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정치 특검의 무도한 탄압에 차별받아야 하는 사람은 없다”며 황 전 총리를 두둔하는가 하면, 같은 날 보수 성향 유튜브 이영풍TV에 나와서는 ‘아스팔트 우파’라는 평가를 받는 인사들과 연대를 시사해 논란을 키웠다. 장 대표는 ‘고영주 대표의 자유민주당, 조원진 대표의 우리공화당, 구주와 변호사의 자유통일당, 황교안 대표의 자유와혁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대를 할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우파들은 이재명 정권의 사회주의, 독재 체제를 막기 위해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들 세력과 추후 협력 가능성을 열어 놓은 발언으로 해석됐다.


장 대표가 17일 여상원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을 교체하기로 한 것도 강성 지지층을 염두에 둔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여 위원장은 지난 3일 당내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된 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징계가 아닌 주의 조치를 내려 강성 지지층의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여 위원장의 사퇴를 두고 당내에선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한 징계 절차에 나서려는 수순”(초선 의원)이란 관측이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광주를 찾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들어서자 광주전남촛불행동 회원들이 몸싸움을 하며 막아서고 있다.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광주를 찾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들어서자 광주전남촛불행동 회원들이 몸싸움을 하며 막아서고 있다. 뉴스1



장 대표의 행보를 놓고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장 대표가 최근 매일같이 민생 행보에 나섰지만, 소수 야당으로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한계를 경험했다”며 “당장은 중도 확장이 쉽지 않다고 느낀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등 야권 우세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4일 조사해 17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전주에 비해 0.6%포인트 하락한 34.2%였다. 오차범위 내의 변동이라고는 하지만 대장동 투쟁이 계속되던 상황에서 반등에 성공하지 못한 게 뼈아팠다는 평가다. 특히, TK(3.4%포인트)와 PK(2.2%포인트)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연말까지 여권의 내란 몰이가 계속되고, 코스피 상승 등 국민의힘에 불리한 이슈만 남은 상황에서 장 대표가 흔들리는 지지층 결집에 무게를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 대표 또한 ‘선(先) 지지층 결집-후(後) 중도 확장’을 통한 지지율 반등의 ‘신년 골든크로스’를 구상하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6일 지지율 정체에 대해 “연말에 0.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상승한다면 연초부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12월 말까지는 지지층에 무게 중심을 더 많이 둘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지지율 반등의 근거로 ▶부동산 대책 후폭풍 ▶코스피 상승세 둔화 등 경기 하락 ▶3대 특검 종료 및 수사 역풍을 꼽고 있다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 대표의 전략에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내년 초 윤 전 대통령 등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올 경우 내란 프레임이 가속될 수 있고, 설을 앞두고 정부가 선심성 대책을 쏟아낼 수 있다”며 “내년에는 무조건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다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규태 기자 kim.gyut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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