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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해병대수사단 해체 지시 정황…'박정훈 구속영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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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해병대수사단 해체 지시 정황…'박정훈 구속영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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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해병 특검, "V, 해병대수사단 해체 지시" 메모와 진술 확보
인력당 사건 수 가장 많은 '해병대수사단' 콕 찍어 해체 지시
무리한 박정훈 수사와 구속영장 청구에도 영향 미쳤을 가능성
박정훈 구속영장 청구서 작성 관여자에 대한 기소 불가피


윤석열 전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진 2023년 8월 당시 박정훈 대령이 이끌던 해병대수사단을 해체시키려고 했다는 진술과 증거가 나왔습니다. (JTBC 11월 14일 보도)

순직해병 특검은 지난 12일(수) 2023년 8월 국방부에서 '군 수사조직 개편 계획' 문건 초안을 작성한 공무원 A씨를 불러 조사했습니다.

당시 지시받은 내용을 꼼꼼하게 기록해둔 A씨의 업무수첩엔 "V, 해병대수사단 해체 지시" "군사경찰 인력을 반으로 줄여라"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A씨는 특검 조사에서 "문건 작성 지시를 받을 때 들은 내용을 받아 적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력당 사건 수 가장 많은 해병대수사단 해체?



A씨가 초안을 잡은 이 문건은 만들어지긴 했지만 실현되진 않았습니다. 문건 내용을 자세히 보면 왜 실현될 수가 없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V, 윤 전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지시했다는 '해병대수사단 해체'부터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국방부 '군 수사조직 개편 계획' 문건 일부 〈출처=추미애 의원실〉

국방부 '군 수사조직 개편 계획' 문건 일부 〈출처=추미애 의원실〉


문건의 '참고 3'을 보면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인력은 54명, 2020년 발생한 사건 수는 963건으로 1인당 평균 사건 수가 17.8건입니다. 150명이 643건을 처리한 공군(1인당 평균 사건 수 4.2건)의 4배가 넘고, 해군(1인당 평균 사건 수 7.1건)의 2배, 육군(1인당 평균 사건 수 11.8건)의 1.5배가 넘습니다.

통계를 보면 해병대수사단은 해체시킬 것이 아니라 인력을 늘려줘야 맞습니다. 그런데도 V는 해병대수사단을 콕 찍어 해체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A씨의 업무수첩에 이유는 적혀 있지 않았지만 추정은 가능합니다.

A씨가 문건을 작성한 건 2023년 7월 31일에서 8월 7일 사이입니다. 그 시기 벌어진 일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 7월 31일 : 임성근 혐의 포함된 수사 결과 보고받은 윤석열 격노

· 8월 1일 : 유재은, 박정훈에게 전화해 "전체 혐의 사실 제외" 지시

· 8월 2일 : 박정훈, 경북경찰청으로 사건 이첩 - 군검찰 회수

· 8월 4일 : 군검찰, 박정훈 압수수색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지시를 어기고 임성근 당시 해병대1사단장의 혐의가 포함된 사건을 경찰로 넘긴 박 대령에게 보복하기 위해 '해병대수사단 해체'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VIP 격노설은 망상" 구속영장엔 영향이 없었나



당시 국방부와 해병대는 박 대령을 거세게 몰아붙였습니다. 주된 압박 내용만 날짜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 8월 2일 : 해병대, 박정훈 보직해임

· 8월 4일 : 군검찰, 박정훈 압수수색

· 8월 8일 : 군검찰, 박정훈 '집단항명수괴' 혐의 입건

· 8월 12일 : 해병대, 박정훈 징계위 회부

· 8월 14일 : 군검찰, 박정훈 체포영장 청구(기각)

· 8월 26일 : 군검찰, 박정훈 소환 통보

· 8월 28일 : 군검찰, 박정훈 체포영장 재청구(기각)

· 8월 30일 : 군검찰, 박정훈 구속영장 청구(기각)

특검은 애초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박 대령에 대한 국방부와 해병대의 무차별 공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군검찰은 애초 박 대령에게 최대 징역 30년형에도 처할 수 있는 '집단항명수괴' 혐의를 적용했다가 스스로 '항명죄'로 혐의를 바꿨습니다. 자신들이 판단하기에도 무리한 혐의를 적용했던 것입니다.

특검은 군검찰이 이렇게 과한 혐의를 적용하는 과정에 윤 전 대통령의 직·간접적 지시가 있었거나 최소한 'VIP 격노'를 접한 국방부와 군검찰의 '과잉 충성'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현역 군인으로 신분과 거처가 명확해 도주 우려가 없는 박 대령에게 수차례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되고도 끝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군검찰이 작성한 박정훈 대령 구속영장 청구서 일부 〈출처=군사법원〉

군검찰이 작성한 박정훈 대령 구속영장 청구서 일부 〈출처=군사법원〉


"VIP 격노설은 망상"이라는 박정훈 구속영장



박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 20쪽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피의자(박 대령)의 주장은 모두 허위이고 망상에 불과하다고 할 것입니다."

구속영장 청구서가 작성된 날짜는 2023년 8월 30일, 박 대령을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한 지 22일째 되는 날이고, 스스로 '항명' 혐의로 바꾼 날(8월 14일)로부터는 불과 8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입니다.

군검찰이 아닌 누구라도, 불과 8일 아무리 길게 잡아도 22일에 불과한 수사 내용을 가지고 '모든 주장이 허위이고 망상'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박 대령에 대한 1심 판결문으로 이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이야말로 '대부분 내용이 허위이고 망상'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심 판결문 28쪽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박정훈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문 일부 〈출처=군사법원〉

박정훈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문 일부 〈출처=군사법원〉


"해병대사령관의 기록 이첩 중단 명령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이고, 단지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으며, 국방부 장관 지시의 목적은 피고인(박 대령)이 2023년 7월 30일 보고한 '채 상병 수사 결과 보고서'의 결과와 다른 내용으로 기록이 이첩될 수 있도록 사건 인계서의 내용을 수정하기 위한 목적에서 내려진 것으로 보이는바, 해병대사령관이 기록 이첩 중단 명령을 하게 된 동기와 목적, 국방부 장관 지시의 의도, 그 방법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 어렵다.

군사법원은 'VIP 격노설'이 사실인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지만 '이종섭 당시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는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바꾸기 위한 목적에서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이 명령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고 보고 박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박 대령이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의 정당한 명령을 어겼다'는 '항명죄'를 적용한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이야말로 잘못된 것이었고, 군검찰이 '망상'이라던 'VIP 격노설'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조태용·김태효·임기훈 등의 일치된 증언으로 사실임이 드러났습니다.

JTBC 취재 결과, 해당 구속영장 청구서 작성 과정에는 작성자로 명시된 A 군검사가 아닌 그 윗선에 있는 B 검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검은 B 검사가 이렇게 무리한 내용을 청구서에 적는 과정에 김동혁 당시 국방부 검찰단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박 대령에게 청구된 구속영장 청구서를 작성하고 거기에 영향을 미친 인물에 대해서도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등 혐의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해당 구속영장 청구서의 작성 과정을 법정에서 밝혀내는 것이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하는데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임 전 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특검은 조만간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범인도피 혐의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유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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