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윤욱재 기자] 아무리 평가전이라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마운드에 오른 선수들인데 하나 같이 이럴 수 있나.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 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5 NAVER K-BASEBALL SERIES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7-7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6-7로 뒤지던 9회말 2아웃에서 김주원이 동점 솔로홈런을 날려 극적으로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홈런이 터진 것. 그러나 한국은 한일전 11연패 직전에 구사일생해 무승부를 했다고 마냥 기뻐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이날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총 7명. 볼넷만 12개가 쏟아졌다. 이번 두 차례 평가전에서만 사사구 23개를 남발한 것이다.
선발투수 정우주는 2회초 선두타자 마키 슈고에게 볼넷을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했다. 3이닝 동안 안타 1개도 맞지 않았고 삼진 4개를 잡으면서 무실점으로 막았다.
마침 한국이 3회말 3-0 리드를 가져가면서 분위기를 타고 있던 상황. 그런데 4회초 구원 등판한 오원석은 선두타자 모리시타 쇼타에 우중간 2루타를 맞더니 마키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니시카와 미쇼를 삼진 아웃으로 돌려세웠으나 기시가 유키노리에게도 볼넷을 허용한 오원석은 결국 1사 만루 위기에서 사사키 타이에 중전 적시타를 헌납하며 첫 실점을 하고 말았다.
거듭된 만루 위기에 제구력도 길을 잃었다. 오원석은 이시카미 다이키에 볼 3개를 연거푸 던지면서 화를 자초하더니 결국 볼카운트 3B 1S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허무하게 1점을 내줬다. 한국은 3-2로 쫓기자 곧바로 우완투수 조병현과 바통터치를 했다. 만루 위기에 등판한 조병현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 이소바타 료타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았으나 볼 4개를 거듭해서 던지는 바람에 또 밀어내기 실점을 해야 했다.
조병현은 5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으나 1사 후 모리시타에 볼넷을 허용하고 폭투까지 저지르면서 상대에 득점권 찬스를 제공했다. 포수 최재훈이 마운드에 올라 흐름을 끊으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다. 조병현은 끝내 마키에게도 볼넷을 허용했고 한국은 더이상 조병현을 고집할 수 없었다.
1사 1,2루 위기에서 한국이 호출한 구원투수는 우완 신인 김영우. 김영우는 니시카와의 타구가 자신을 맞고 굴절되면서 내야 안타로 이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기시다를 삼진 아웃으로 돌려세우고 한숨을 돌리는 것처럼 보였으나 2사 만루 위기에서 사사키에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고 3-4 역전을 당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결국 김영우는 이시카미에 우전 적시타까지 맞아 주자 2명이 득점하는 장면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6회에 나온 박영현이 2이닝을 퍼펙트로 막으면서 '볼넷과의 전쟁'에서 해방되는 듯 했으나 8회초 마운드에 나온 좌완 루키 배찬승이 볼넷 3개를 허용, 급기야 모리시타에게 밀어내기 볼넷까지 내주면서 또 허무한 실점을 하고 말았다. 9회초에 나온 김서현도 1사 후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 하마터면 실점의 빌미를 제공할 뻔했다.
물론 11월 중순에 경기를 하다보니 선수들이 100% 정상 컨디션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또한 자동 투구추적 시스템(ABS)에 익숙해진 투수들이 국제 대회에서는 '인간 심판'의 판정과 마주해야 하니 어려움이 있던 것도 맞다. 그렇다고 해도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4차례나 허용하는 장면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이번 평가전을 통해 확인한 최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경기 후 류지현 감독은 "볼넷이 12개로 많았다. 내년 3월까지 잘 준비할 것이다. 우리는 내년 1월부터 소집한다. 스트라이크존 등 영상을 갖고 철저히 분석하면서 대회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류지현 감독은 "저희가 봤을 때는 다들 시즌 때보다 구속이 5km 정도씩 떨어졌다. 힘겹게 1이닝을 마감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상황도 있었다. 그런 것도 공부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투수들이 100% 정상 컨디션을 지닌 선수가 거의 없었음을 이야기했다.
과연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는 투수들이 달라진 제구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내년 WBC에서도 '볼넷과의 전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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