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동아일보 언론사 이미지

부천 시장 트럭 돌진 60대, 가속페달 밟아… 운전 지장 없다더니 뒤늦게 “지병 심했다”

동아일보 부천=공승배 기자,정서영 기자
원문보기

부천 시장 트럭 돌진 60대, 가속페달 밟아… 운전 지장 없다더니 뒤늦게 “지병 심했다”

서울맑음 / 7.2 °
페달 블랙박스서 가속 장면 확인

“하차후 車움직여 급히 조작중 실수”

서울선 차량 인도 돌진 5명 다쳐
부천 제일시장에서 1톤 트럭으로 돌진사고를 낸 60대 운전자 A씨가 15일 오후 경기 부천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5.11.15 (부천=뉴스1)

 부천 제일시장에서 1톤 트럭으로 돌진사고를 낸 60대 운전자 A씨가 15일 오후 경기 부천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5.11.15 (부천=뉴스1) 


경기 부천시 한 전통시장에서 차량 돌진 사고로 21명의 사상자를 낸 60대 트럭 운전자가 경찰에 구속됐다. 사고 당시 가속 페달을 밟았던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운전자는 뒤늦게 “지병이 심했다”며 초기 진술을 번복했다.

경기 부천 오정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김모 씨(67)가 구속됐다고 16일 밝혔다. 법원은 “범죄 혐의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를 구속 사유로 들었다.

김 씨는 전날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모야모야병이 너무 심하다”고 했다. 그는 “평생 생선 일만 해왔고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몸에 병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심사 과정에서도 “뇌 질환으로 약물 치료를 받아왔지만 최근 가게 일이 바빠 치료를 중단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건 초기 주장과 배치된다. 김 씨는 사건 직후 경찰 조사에서 모야모야병 관련 질문에 “운전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고, 의료진으로부터 운전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은 바도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야모야병은 뇌혈관이 좁아지는 희귀 질환으로, 심할 경우 마비나 감각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유찬종 가천대 길병원 뇌혈관센터장은 “경증일 경우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컨디션이 떨어질 때 순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사고와의 인과 관계는 진료 기록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밟은 사실은 인정했다. 사고 직후 주변 상인들에게 “브레이크가 듣지 않았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페달을 비추는 블랙박스 영상에서 그가 가속 페달을 밟는 장면이 확인됐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후진 중 무언가에 부딪혀 내려 확인하려다 기어를 잘못 넣었고, 차량이 앞으로 움직이자 급히 올라탔다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사건은 부천서에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넘겨졌다. 남부청은 운전자의 지병과 사고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진료 기록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 당시 건강 상태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천 사고 다음 날인 14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서도 60대 운전자가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1명이 크게 다치고 4명이 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운전자는 경찰에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았고 차량이 급가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