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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내란 청산에 “신상필벌은 기본”

조선일보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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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내란 청산에 “신상필벌은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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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사회 혼란’ 지적 직접 반박
“내란 극복·적극 행정 모두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신상필벌은 조직 운영의 기본 중 기본”이라며 “내란 극복도, 적극 행정 권장도 모두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정부가 내년 2월까지 전(全) 부처 공무원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하기로 하고, 공무원 휴대전화까지 들여다보겠다고 해 공직 사회가 술렁이는 가운데 나온 메시지다. 국민의힘은 “신상필벌이 아니라, 인권침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정부가 공무원의 ‘내란 협조 여부’를 조사하는 동시에 공직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해 ‘병 주고 약 준다’는 말이 나온다는 기사를 올렸다. 그러면서 “설마 ‘벌만 주든가 상만 줘야 한다’는 건 아니겠지요?”라며 신상필벌을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11일 공무원들의 계엄 가담 여부를 조사하는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전담 팀)’를 가동하면서 공무원의 휴대전화 제출을 유도하고 협조하지 않을 경우 징계·수사 의뢰 방침을 밝혔다. “공산당식 감시”라며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이튿날인 12일엔 감사원 정책 감사 폐지 등의 공직 사회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의 신상필벌 메시지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성과와 잘못에 대한 평가를 분명하게 해서 공직 사회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려는 차원”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대대적인 공무원 사찰은 공포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라며 조사 중단을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구한 검사장 전원을 평검사로 전보하는 방안 역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평검사로 전보, 감찰 및 징계, 형사처벌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반발한 검사장들 징계 수순… 형사처벌도 검토

지난 10일 전국 지방검찰청장과 고검 차장 등 검사장 18명은 검찰 내부망에 항소 포기의 경위와 추가 설명을 요청하는 입장문을 냈다. 민주당은 이를 ‘집단 항명’ ‘국기 문란’이라고 규정하고 법무부에 관련자의 보직 해임과 전보 조치를 요구해왔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이 입장을 바로잡지 않을 경우 단순히 인사 조치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법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해명 요구를 항명으로 규정해 평검사로 좌천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형사처벌은 근거도 없다”며 “오히려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결정이 직권 남용 소지가 크다”고 했다. 특히 야권에선 검사장급 상당수가 이재명 정부 들어 승진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이 대표적이지만 다른 부처 공무원들도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49개 중앙 행정 기관마다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내란 참여·협조 공무원’을 조사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자, 공직 사회에선 “전(前) 정부에서 일한 죄를 묻겠다는 것”이라며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공직 사회에서는 공무원 개인 휴대전화까지 들여다보겠다는 데 우려를 표한다. TF 추진 계획에선 공무원 휴대전화 제출을 유도하고 비협조적일 경우 대기 발령 내지 직위 해제 후 수사 의뢰할 수 있다고 했다. 영장주의에 반하는 불법 감찰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국무총리실은 지난 12일 설명 자료를 내고 “본인 동의가 있는 경우, 본인 주장을 뒷받침할 특정한 문자, (카톡) 메시지, 구글 타임라인 등을 확인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수사 기관처럼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이용하지 않고,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내용(메시지, 해당 시간대의 위치)을 공무원 동의하에 조사관이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야권에선 “남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본 정도’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데, 법적 근거 없는 명백한 기본권 침해”(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라고 했다. 개인 인권을 강조해 온 더불어민주당, 노조, 여권 성향 변호사 단체, 시민단체가 사실상 침묵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공직 사회의 동요에도 이 대통령이 ‘신상필벌’을 강조한 것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여권 지지층을 겨냥한 조치라는 말이 나온다. 최근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등에 따른 논란이 커지자 ‘내란 척결’ 메시지를 내세워 지지층 결집을 모색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계엄 자체가 6시간 만에 해제됐는데 내란에 가담했을 공무원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대대적으로 징계하고 책임을 묻는 차원이라기보다는 현 정부가 ‘내란 세력 청산’이라는 과제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조사 기간이 한덕수·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포함하고 있어 공직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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