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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은 ‘도파민 디톡스’ 하지 마세요[김지용의 마음처방]

동아일보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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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은 ‘도파민 디톡스’ 하지 마세요[김지용의 마음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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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그야말로 도파민의 시대다. 빈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독서, 영화 감상, 산책, 요리 등의 대답은 듣기 어려워졌다. 그 대신 스마트폰, 게임, 쇼츠 영상, 소셜미디어, 배달 음식 등 즉각적으로 도파민을 급상승시켜 바로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활동들을 선택한다.

그러나 도파민의 위험성은 순간의 기분 좋음으로 끝나지 않고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해 다시 찾게 만든다는 데 있다. 현대인들이 쉴 새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점점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이유다. 자극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수록 뇌의 도파민 수용체는 점점 무뎌져 일상의 즐거움에는 반응하지 않게 된다. 즉각적 보상만 추구하게 되면서 공부, 운동, 업무 등 지연된 보상을 위한 지겨움을 점점 더 견디지 못하게 된다. 우리는 어느새 집중력과 인내력, 목표 지속력을 잃어 버렸다.

이 때문에 자극적인 활동을 차단해 뇌의 보상회로를 재조정하고 집중력을 회복하려는 행동 전략으로 ‘도파민 디톡스’가 인기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그렇다. ADHD에서는 뇌의 기본 도파민 활성이 낮다. 일반인은 조용한 상황에서도 어느 정도 각성이 유지되지만 ADHD는 자극이 없으면 뇌가 멈추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상태에서 도파민 디톡스를 시도하면 이미 보상 민감도가 낮은 전전두엽의 활성도가 더욱 떨어져 주의 집중력,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능력 등이 저하될 수 있다.

또한 우울증 상태에서도 주의해야 한다. 우울증 뇌는 즐거움, 동기, 의욕을 느끼는 보상회로의 도파민 활성도가 저하된 상태다. 그럴 때 그나마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던 일상적 자극들까지 끊으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다. 이들은 도파민 디톡스를 유연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자기 통제 루틴으로 만들기 쉽다. 자극을 찾는 것은 당연한 본능이기에 디톡스 시도 중 실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 비난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디톡스가 휴식 시간이 아닌 또 다른 과업이 돼 버린다.

모든 것은 적당해야 한다. ADHD의 경우 자극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예상 가능한 보상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극 활동과 고자극 활동을 일과 속에 균형 있게 배치해야 한다. 우울증의 문제는 과잉 자극이 아니라 활력 저하다. 활력을 높이려면 외부 자극을 차단하기보다 음악, 햇빛, 산책, 대화 등 적당한 감각 자극이 필요하다. 고자극 활동 역시 삶의 활력소로 일정 부분 활용할 수 있다. 요즘의 일상에서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게임 등을 완전히 피하며 살기는 어렵다. 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리듬으로 관리하고, 해내지 못한 자신을 비난하기보다 격려하며 다시 도전하는 것, 조금이라도 잘해냈을 때 스스로를 칭찬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11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30만 명이다. 에세이 ‘빈틈의 위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 원장의 ‘이런 사람은 도파민 디톡스 하지 마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zIGfNbHbbFw)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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